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온라인쇼핑 시대 '명암'] 125년 백화점도 간판 내리게 한 아마존…'오프라인의 종말'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통 대형매장들 경영난 극심..美·英 등 '소매 종말' 이미 시작
한국도 e쇼핑 8년간 340% 폭증..오프라인 매출은 매년 줄어들어


# 미국 최대 완구업체였던 토이저러스의 지난해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미국 저가 신발체인 '페이리스 슈소스', 잡화판매업체 '샵코' 등이 잇따라 점포 문을 닫았다.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도 2000년대 들어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쇼핑에 밀리면서 지난 1년여간 매장 폐쇄와 정리해고를 단행했지만 결국 파산보호를 피할 수 없었다. 아동의류 전문점 '짐보리'와 여성의류업체 '샬롯루스'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채 파산신청을 했다.

# 시장분석기관인 원클릭리테일에 따르면 미국 소매판매의 4%가량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미국 내 전체 온라인 거래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한다. 스태티스타는 올해 미국 소매판매의 11.1%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산업계에선 아마존이 진출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망할 일만 남았다는 뜻의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소매종말'(Retail Apocalypse)이라는 단어가 퍼진 지 오래다. 온라인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탓이다.

한국 유통시장 역시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사상 최대치인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적 소매업체들의 매출액은 정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소매종말'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1조1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 2010년 25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래 2012년 34조원, 2014년 45조원, 2015년 54조원, 2016년 65조원, 2017년 91조원 등 매년 급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8년간 340% 이상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온 것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40%를 넘는다.

스마트폰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쇼핑 거래액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은 68조8700억원을 기록, 비중이 61.5%에 달했다. 지난 2013년 (6조6000억원·17.1%) 대비 급증했다.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9%로, 2015년 13.2%와 비교해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비둔화 우려에도 온라인쇼핑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해온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트그룹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비중은 영국에 이은 2위였다.

이와 달리 편의점과 면세점 등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성장은 정체되는 모습이다. 초기 화장지, 세제 등 공산품 위주에서 가전·통신, 가구, 화장품, 서적·문구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온라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2인가구 및 맞벌이부부 증가 등 사회구조적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건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거래의 장점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소매업태별 판매액지수를 보면 지난해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2.8% 감소하며 2013년(-1.7%) 이래 매년 증가세가 마이너스에 그쳤다. 일반 슈퍼마켓 및 잡화점도 1.7% 감소, 2015년(-2.1%) 이후 4년 연속 전년 대비 뒷걸음쳤다. 자영업자가 많이 종사하는 음식·가정·문화상품 소매점도 지난해 4.2% 감소했다. 2016년 -3.7%, 2017년 -7.6% 등 큰 폭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롯데백화점·롯데마트·이마트·신세계·현대백화점·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및 온라인 총매출액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 2017년 오프라인은 1.1%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13.8% 늘었다.

반면 지난해 무점포 소매는 전년보다 14.2%나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쇼핑이 19.8%나 증가했는데 2014년(14.0%) 이후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홈쇼핑 역시 지난해 9.5% 늘었다. 한국신용평가 송민희 연구원은 "소비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매업태 성장이 온라인, 면세점, 편의점 등 일부 업태에 집중됨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기존 오프라인 업태의 저성장 또는 성장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유통채널 확대, 온라인 시장 고성장으로 전통 오프라인 업태의 매출 정체 추이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온라인거래가 급성장함에 따라 오프라인 점유율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소매종말'로 대표되는 극단적 온라인 시장 쏠림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오히려 두 소매채널이 조합된 '옴니채널' 형태가 자리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2015년 7월 기준 매장 탐색 후 온라인 구매 경험은 71.7%였지만 2018년 7월 말 기준 82.6%로 상승했다. 여전히 상품을 구입할 때 눈으로 보고 직접 살펴보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