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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극장가 `아카데미 별`들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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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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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은 이 땅의 시네필들에게 가장 설레는 시즌이다. 2월 말~3월 초에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해 우수 후보작들이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한 해 쏟아지는 외화 중에서도 빼어난 작품들이 여러 편 몰리는지라 혹자는 예기치 않은 '인생 영화'를 찾을지도 모른다.

올해도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해 눈여겨볼 보석들이 가득하다. 이미 몇 편은 개봉해 관객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고, 몇 편은 이제 곧 극장에 걸리길 기다리며 관객 맞이를 준비 중이다.

개봉 예정작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1일 개봉)다.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조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10개 후보에 올라가 있는 걸작이다. 이미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대상 및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먼)을 받았고,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먼·뮤지컬 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해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 '킬링 디어'를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매혹당하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냉혹하면서도 유머스럽고, 서늘하면서도 유쾌하며, 어두우면서도 밝다. 어느 한 사람 시점으로 들어가지 않는 전지적 카메라는 악랄한 재간둥이 신의 시점처럼 다가오며, 영국 왕실을 구현한 성 내외부 배경과 인물들 의상은 눈부실 정도로 우아하다.

이러한 고풍스러운 미장센은 그곳을 누비는 귀족들의 비루하고 던적스러운 삶의 형태와 대비되어 극 전반에 기이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무능하고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 앤(올리비아 콜먼)과 여왕의 동성 연인이자 권력 실세 사라 제닝스(레이철 바이스),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으로 강렬한 신분 상승 욕망을 지닌 하녀 애비게일 힐(에마 스톤) 사이에 펼쳐지는 관계와 욕망의 정치학을 그린다.

비에른 룽에 감독의 '더 와이프'(27일 개봉)도 '필람' 목록에 넣어둬야 한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글렌 클로스)과 더불어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작이다.

영화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편 조셉 캐슬먼(조너선 프라이스)과 그의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스)의 이야기다. 겉보기로는 지극히 헌신적인 아내와 성공한 대문호의 멋진 말로인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가 않다. 수상 소식을 듣고 부부는 스톡홀름으로 떠나는데,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이르러 두 사람 관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글렌 클로스의 정적인 연기와 카리스마가 극 전반을 이끄는 영화다. 부부 관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플래시백과 함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데, 조안의 어린 시절은 글렌 클로스의 실제 딸 애니 스타크가 열연한다. 노부부의 롱테이크 연기와 둘 사이 오가는 대화, 진정 어린 표정 등이 어우러져 드라마에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미 상영 중인 영화로는 '콜드 워'와 '가버나움' '그린 북'이 있다. '콜드 워'는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폴란드 감독 파베우 파브리코프스키 작품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사랑'이라는 테마가 왜 예술의 영구불변하는 소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만큼 뜨겁고 그만큼 시리며, 그만큼 아름답다.

영화는 냉전 시대 폴란드와 베를린, 파리를 배경으로 불우한 시대를 초월한 두 남녀의 이별과 사랑을 그린다. 불우한 시대를 그리지만 관계의 배경으로만 깔릴 뿐이며, 흑백 화면 한가득 사랑의 물성을 심어 넣는다. 10만명이 본 '가버나움'은 레바논 빈민가 소년의 삶 자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29만 관객을 넘긴 '그린북'은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사의 우정과 연대를 다룬 로드무비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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