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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응가’ 먹는 강아지,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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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강아지 식분증 원인과 교정법

비교적 흔한 일이라 과잉 반응은 금물…강아지 공장·펫숍 환경 문제 탓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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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만 안 먹으면 너무 착한 아이인데….”

2년 전 유기견 마이콜(6살)을 입양한 최아무개씨는 강아지가 자신의 똥을 먹는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출근 뒤나 모두 잠든 깊은 밤, 가족들이 지켜볼 수 없을 때 배변판 위의 똥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행동 교정에 좋다는 파인애플도 먹여 보고, 사료에 배변 접근방지제도 뿌려봤지만 마이콜의 ‘식분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식분증은 강아지가 분변을 먹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강원도 강릉의 한 애견분양 가게에서 3개월 된 몰티즈 집어 던져 사망케 한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식분증이 있는 강아지를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똥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가 똥을 먹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과연 개가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것은 이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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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강아지의 식분은 흔한 일


강아지 식분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크게는 영양결핍 등 생리학적 원인과 환경이나 학습에 따른 행동학적인 이유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린 강아지들이 자신의 똥을 먹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생후 2~3개월 된 어린 강아지들은 하루에 4~5끼를 먹어야 하는데, 제대로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단백질과 미네랄 등 부족한 영양분을 자신의 배설물을 먹으며 채우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에 먹기도 한다. 넓은 장소와 충분한 놀이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린 강아지들이 장난삼아 냄새를 맡고, 맛보다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미 개를 보고 배운 것일 수도 있다. 어미 개는 새끼가 태어나면 본능적으로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대소변을 핥아먹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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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배변훈련이 식분증을 부추기기도 한다. 제대로 배변훈련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인이 엄하게 야단을 치면, 강아지들은 자기가 왜 혼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박정윤 올리브병원장은 “똥을 배변판에 싸지 않아서 혼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쌌다는 이유로 혼나는 줄 알고 흔적을 재빨리 없애기 위해 먹어치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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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환경과 시스템


성견의 식분증은 좀 더 유의 깊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똥을 먹기 시작했다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생충에 감염되었거나, 췌장염·췌장 기능 부전으로 인한 소화효소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당뇨나 갑상선 질환 등 갑자기 식욕이 늘어나는 증상과 관련된 질환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양바롬 오래오래 동물영양클리닉 원장은 “똥을 먹는 것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일단 걱정이 된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고 질병 유뮤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분증이 ‘이상 행동’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 눈에 혐오스럽고 이상하게 보일 뿐 생각보다 많은 개가 여러 이유로 똥을 먹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벤저민 하트 박사가 2012년 미 수의학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대상 개 중 16%가 심각한 식분증을 보였으며 24%가 배설물을 한 번 이상 먹은 것으로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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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통으로 식분증이 생기기 쉬운 ‘문제적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성견이 되어서까지 식분증이 사라지지 않은 개의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기견 보호소, 개농장, 펫숍 등 일반 가정보다 영양 상태나 사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있던 개들은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혹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똥을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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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똥을 만들어라


이렇게 시작된 식분증은 짧은 시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권혁필 에듀펫 반려동물문화학교 대표는 인내심을 강조했다. 권 대표는 “중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점차 똥에서 관심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제안한 식분증 교정법 핵심은 ‘똥을 맛없게 만드는 것’이다. 강아지들은 말랑한 식감이나 냄새에 이끌린다. 배변 뒤 바로 산책하러 나가거나, 더 맛있는 간식을 줘서 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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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준 월드펫 동물병원장도 섬유질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되는 사료로 바꾸는 방법을 추천했다. 윤 원장은 “근본적인 방법은 지방 함량이 적고, 소화흡수율이 높은 사료를 먹여 똥을 푸석푸석하고 맛없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다. 박정윤 원장은 ‘식분증 몰티즈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 생활을 한 강아지는 그럴 수밖에 없다. 식분 습관을 고치려면 우리 개가 왜 그러는지 지켜보고, 복합적인 여러 원인과 이유를 하나씩 고쳐나가는 나가는 사랑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동물학대범만의 문제가 아닌, 누구라도 동물을 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 저지른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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