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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514조 vs 2600조···한국경제 뇌관 숨은 가계빚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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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분기 공식 가계부채 1514조

'750조+α'로 추정되는 전세 부채에

개인사업자 대출 315조원 포함하면

광의의 가계 빚 2600조원 육박 가능

하현옥의 금융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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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주택자금대출 창구의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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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4조원 대 2600조원.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이자 시한 폭탄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부채 규모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다. 가계 부채를 가계가 빌려서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가계 빚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뇌관의 폭발력은 더 커질 수 있다.

1514조원은 공식적인 가계 부채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가계신용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치다.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ㆍ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 등 갚아야 할 부채를 합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지난달까지 4개월간 늘어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4조7000억원이다. 두 수치만 합해도 지난해 가계 부채는 155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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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급증세는 잡혔지만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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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조원은 넓은 의미로 추산한 가계 부채다. 공식적 가계부채인 가계신용에 7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전세 부채’와 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감안한 광의의 빚이다.

넓은 의미의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전세 부채다. 전세 부채는 전세보증금과 준전세 보증금을 더한 직접 부채를 의미한다. 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을 통한 부채가 아닌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개인 거래에 따른 부채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집주인)에게 맡기는 셈이 되므로 금융 자산이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에게 돈을 빌린 셈이라 금융 부채다. 정부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전세 부채가 가계 부채로 잡힌다.

전세 부채와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다. 전세 부채 추산치는 제각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추산한 전세보증금(보증부 월세 포함) 규모는 687조원이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전세 부채는 7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전셋값까지 덩달아 오른 것을 감안하면 전세부채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 늘어난 전세자금대출만 38조6000억원이다. 이 숫자만 더해도 전세 부채 규모는 ‘750조원+α’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다. 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도 가계 빚의 범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한 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개인사업자 대출도 넓은 의미의 가계 대출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14조9000억원이었다.

‘공식 가계 부채’인 가계신용(1514조원)에 개인사업자 대출(315조원)과 전세 부채 추정치(750조+α )를 대략 합산하면 광의의 가계 부채는 2600조원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018년 가계부채 보고서’에서 지난해 3월 말 기준 광의의 가계부채 규모를 2343조원으로 추산했다.

서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전세보증금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22%에 이른다”며 “가계부채 위험이 과도한 만큼 정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분기 가계신용을 적용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76%)보다 훌쩍 높아진다.

전세 부채의 위험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 전세’ 위험 속에 ‘전세 부채’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담보가 있는 데다 ‘깡통 전세’의 위험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큰 위험요인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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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열고 2019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한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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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5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지난해 높은 증가세를 보인 전세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지적인 수급불일치 등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보증금 반환 문제 등까지 최근 불거지는 만큼 가계 빚과 관련해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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