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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반려묘 5마리 중 1마리는 길에서 '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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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등 '집사' 511만명 시대…전체 가구의 4분의 1

"먼저 다가와 비비는 고양이 행동은 호감·신뢰 표시"

연합뉴스

"나를 키워라 냐옹"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독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나를 가져다 키워라. 인간, 너를 특별히 집사로 맞아들이겠다. 야옹."

햇볕이 잘 드는 대학 캠퍼스 한편이나 골목길 어귀에서 난데없이 모르는 고양이가 찾아와 얼굴을 비빈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다가가도 재빨리 도망만 가던 녀석들이 웬일인지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이것이 인연인가' 하는 생각도 들 법 하다.

이처럼 길에서 사람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길러지는 고양이가 전국 반려묘 다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가 먼저 반려인을 선택한다는 뜻에서 고양이 반려인들은 '집사 간택'으로 부르기도 한다.

16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64세 일반 국민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의 23.7%로 네 집중 한 집꼴이었다. 가구 수로는 511만 가구로 추정됐다.

이들 가운데 개는 507만 마리, 고양이는 128만 마리로 추산됐다. 전체 반려동물 가구 가운데 개가 18%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는 3.4%였다. 토끼, 새, 수족관 동물 등을 기르는 가구도 3.1%로 파악됐다.

반려동물 구입 경로로는 '지인으로부터 무료 분양받았다'는 사람이 50.2%로 절반을 넘겨 가장 많았다. '펫숍에서 샀다'는 응답은 31.3%였고, '지인에게서 유료로 분양받았다'는 응답은 10.8%였다.

길에서 유기동물을 데려와 기른다는 사람은 5.5%로 20명 가운데 1명꼴이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고양이의 경우 길거리에서 데려와 기르는 비율이 20.6%로 다른 반려동물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점이다. 길에서 고양이를 운명적으로 만나 '집사'가 된 사람이 애묘인 5명 가운데 1명꼴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에 어린 새끼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겠지만, 성묘를 입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혜원 건국대 수의학과 겸임교수(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원장)는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는 것은 우호적인 대상에게 보이는 6가지 특징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라며 "'나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며 우호성과 신뢰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고양이는 우호적인 대상에게 ▲ 반갑게 '야옹'하고 부르기 ▲ 몸을 붙이고 잠자기 ▲ 상대에게 몸을 비벼 자신의 체취를 묻히기 등의 행동을 한다.

고양이는 얼굴의 턱과 이마나 꼬리 뿌리 쪽에서 체취가 나기 때문에 온몸을 비비면서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표시다. 그야말로 고양이로부터 당한 '간택'이 아닐 수 없다.

경로야 어찌 됐든 가족으로 맞아들인 동물을 기르는 데 드는 사료비·미용·진료비 등 비용은 월평균 10만원 미만이 66.5%로 가장 많았다.

연합뉴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멍멍"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독자 제공]



개는 월평균 9만6천원, 고양이는 6만7천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전체 월평균 지출은 8만6천원이었다.

아끼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는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겠다는 사람이 55.7%로 절반이 넘었다. 주거지나 야산에 묻어주겠다는 사람은 35.5%, 동물병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응답은 8.5%였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유기동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동물을 버리는 소유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39.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소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1%, '동물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이가 16.5%, '동물 생산·판매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람이 8.3%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방사하는 TNR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 23.2%, '찬성하는 편' 57.1%로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 중에서는 '중성화는 하되 방사하지 말고 보호센터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이 40.5%였고, '중성화 수술은 동물 학대'라며 인위적인 조치에 반대하는 이가 29.7%로 집계됐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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