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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로스펙스·따봉… 1020 "80년대 복고風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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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LS용산타워에 있는 프로스펙스 매장. 절반을 차지하는 공간에 'F' 자를 눕혀놓은 모양의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신발들이 전시돼 있었다. 지금 40~50대가 학창시절 신었던 테니스화·러닝화와 비슷한 투박한 디자인 제품이다. 친구들과 매장을 찾은 이민지(18)양은 "옛날 스타일이지만 지금 교복에도 잘 어울린다"며 "친구들도 이런 신발이나 옷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과 식품, 게임 등에서 복고풍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복고풍은 4~5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예전엔 4050 중장년층이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소비했다면, 최근 들어선 젊은 1020세대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움(new)과 복고풍(retrospective)을 합쳐 '뉴트로'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조선비즈

15일 서울 용산구 프로스펙스 매장을 찾은 10대 여학생들이 옛날 스타일의 테니스화를 살펴보고 있다. /LS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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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냉장고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오렌지 음료 '따봉'과 배 음료 '갈아 만든 배'가 놓여 있었다. 점주 김모씨는 "20~30년 전에 출시된 것이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장에 잘 갖다 놓지도 않던 제품인데, 요즘은 중·고생들 사이에 인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편의점 'CU'에서 팔린 '따봉'의 경우, 전체 구매자의 48%가 30대 이하로 조사됐다.

식품 업체들은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오래전 로고를 활용해 포장과 디자인을 새롭게 만든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PC삼립은 최근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우카빵'을 30년 만에 재출시했다. 서울우유는 1937년 창립 당시 사용한 로고를 새긴 컵을 한정판으로 만들어 판매 중이다. CU는 중·고생을 겨냥해 노란색 양은 도시락을 떠올리게 하는 'CU 추억의 도시락'을 선보였다.

스포츠·패션 업체들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아 복고 열풍에 가세했다. 휠라는 로고를 강조한 1990년대식 디자인의 '어글리 슈즈'가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경영 위기를 벗어났다. 2008년 로고를 바꾸었던 프로스펙스는 2017년 'F' 자 로고를 부활시켰다. 작년 12월에는 옛날 로고가 있는 제품만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열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 로고'를 강조한 1990년대식 '영-96' 같은 제품이 잘 팔린다.

10·20대의 복고 열풍은 디지털 등 첨단 기술과 디자인에 익숙한 세대가 현대적 제품보다 과거 아날로그 제품에서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연구교수는 "흔히 Z세대라 불리는 10·20대는 이미 화려하고 세련된 제품에 익숙해져 있어, 오히려 감성적인 옛날 방식과 상품을 훨씬 새롭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카세트테이프 판매가 40·50세대에서 전년 대비 10% 줄었지만, 10·20세대에선 19% 늘었다.

복고풍은 마케팅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10·20대가 주 소비층인 버거킹은 2000년대 초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빌려왔다. 정관장은 젊은 층의 효도용 선물을 광고하면서 1980년대식 '오락 게임' 스타일로 만들었다. 장선경 제일기획 제작팀장은 "최근의 복고 마케팅은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선함과 재미로 10·20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오영은 인턴기자(한동대 언론정보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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