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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이클 경륜 金 따고 막춤 또 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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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 경륜 선수 후보생 변신… 10개월간 교육, 새벽부터 훈련

"경! 륜!"

14일 오전 경북 영주의 경륜(競輪)훈련원. 프로 경륜 선수를 꿈꾸는 23명 후보생 입학식에서 가장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하는 후보생이 눈에 띄었다. 후보생 대표로 선서를 마치고 내려온 모태범(29)은 "어제 경례 연습을 많이 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조선일보

허벅지 하나는 자신있어요 - 스피드스케이팅 은퇴 후 경륜 선수 후보생으로 변신한 모태범. 지난 11일 경북 영주 경륜훈련원에 입소한 모태범은 12월까지 경륜 선수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소화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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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은 2018 평창올림픽 후 은퇴를 선언하고 사이클 도전을 선언했다. 스케이트화 대신 사이클 페달을 발에 얹기로 한 그는 11일 입소해 올 12월까지 프로 경륜 선수가 되기 위한 강훈련을 받고 있다.

경륜은 여러 명 선수들이 경사진 타원형 트랙을 일정 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단거리 종목이다. 순발력과 스퍼트가 생명이다. 얼음판 단거리 스프린터로 명성을 날린 모태범의 체질에 맞는다.

그는 2009년 은퇴 후 경륜으로 전향해 특선급(상위 15% 이내)까지 올랐던 스피드스케이팅 선배 최재봉의 소개로 경륜훈련장을 찾아갔다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했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스피드와 스릴이 최고였어요. 경륜용 자전거를 탈 때 대퇴근에 느껴지는 부하가 스케이트 탈 때와 거의 같아 '아, 내 종목이구나' 생각했죠."

조선일보

올림픽 金 막춤, 경륜서 다시 한번 -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을 따낸 뒤 '막춤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태범. /전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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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가 없지 않았다. 모태범은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는 건 누구보다 자신있었지만, 무더위 속에서 페달을 돌릴 땐 '얼음판에서 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여러 경쟁자들과 몸이 닿을 만큼 가까이 붙어 경주하는 것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 명만 넘어져도 다른 선수들이 같이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0개월에 걸친 경륜 후보생 교육은 오전 6시 반 아침 점호부터 시작해 빽빽하게 훈련 일정으로 채워져 마치 군대를 연상케 한다. 늘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경륜에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다. 안전한 주행을 위한 사고 대비 훈련과 공정 경주 교육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체력 훈련과 주행 기술, 또 검차(檢車)라고 불리는 자전거 정비 기술도 배운다.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경주하는 경륜 선수에게 자전거는 장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치 부상 관리를 하듯 직접 자전거를 책임져야 한다.

◇"2024년 파리에서도 '막춤' 출래요"

모태범은 "자전거를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선수 출신 후보생들보다 부족한 게 많다"며 "어려움이 많겠지만 결국에는 극복해낼 것이라고 스스로 믿는다"고 했다. 사행산업인 경륜에 대한 편견이나, '돈 보고 경륜 시작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어려움 중 하나다. 모태범은 "그런 오해가 속상하지만, 더 힘을 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경륜은 2000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모태범의 최종 목표는 태극 마크를 달고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모태범은 밴쿠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막춤을 췄다. 평소에 춤을 즐기지 않는 모태범이지만, 금메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고 한다. 2024년엔 빙상이 아닌 벨로드롬에서 그의 막춤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까. 모태범은 "경륜에서 메달을 딴다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아마 더 격렬하게 춤을 추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영주=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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