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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서구 살인사건’ 넉달…“가정폭력처벌법 조속히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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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지적

전 아내 죽인 남편은 1심서 징역 30년

가정폭력방지대책 입법은 ‘지지부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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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을 징역 30년에 처한다.”

1월25일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아내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김아무개(5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석 달 만이었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는 ‘제2의 강서구 사건’을 막겠다며 지난해 11월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가정폭력 가해자 현행범 체포 △임시조치 위반 땐 징역형 또는 벌금 부과 △가해자의 자녀 면접 교섭권 제한 △현장출동 경찰관의 초동조치 강화를 위한 지침 마련 등이 주요 골자였다.

사건이 일어난지 넉달, 정부의 대책은 얼마나 현장에 반영됐을까? 경찰의 초동조치 부분을 제외하면 현재 실행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지금껏 국회 입법 과정에는 큰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20건이 제대로 심사도 받지 못한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일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강서구 사건과 같은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31일 ‘이슈와 논점’에 관련 보고서를 내고 “‘강서구 사건’ 피해자는 경찰 신고, 여섯 번의 이사, 휴대전화 변경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살해당했다”며 “가정폭력방지법제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 역시 한계가 있다고 꼬집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경찰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한 점은 반기면서도 “현행범 체포 조치는 누가 가해자인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자신이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의 폭력에 대응한 방어폭력이 쌍방폭력으로 처리돼 경찰 출동 뒤 더 심각한 보복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주 공격자가 누구인지 파악한 뒤 체포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반의사불벌죄 적용 폐지, 가정폭력처벌법 입법목적 조항 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에서는 모두 빠진 내용이다. 보고서는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경우 가해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적용으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가정폭력 범죄가 불구속 처리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소한 가정폭력에 한해서만이라도 가해자 처벌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썼다. 실제 지난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낸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대응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일선 경찰들은 가정폭력 사건 대응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피해자가 소극적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를 꼽고 있다.

보고서를 쓴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입법목적 조항이 바뀌지 않는 한 모든 가정폭력 대책은 무용지물인 측면이 있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 ‘가족구성원의 인권보호’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조항을 개정해 처벌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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