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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베네수엘라 과이도 체포되나…마두로 “조만간 법정 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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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도, 베네수 국영석유회사 미국 내 자회사 이사회 인선
트럼프 "마두로 안 물러나면 플랜 B, C, D 있다"…무력 개입 또 시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헌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위협했다. 자신 대신 과이도 의장을 실질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한 미국 등 서방을 향해 또 한번 정면 대결을 예고한 것이다.

친(親)마두로 성향의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과이도 의장의 자산을 동결하고 출국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수락했다. 미국이 자국에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의 은행 계좌와 자산 통제권을 과이도 의장에게 넘긴 데 따른 맞불 조치였다. 검찰은 외국의 반(反)정부 성명과 잇따른 폭력 사태의 배후로 과이도 의장을 지목하고 그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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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19년 2월 11일 민군 연합부대원들을 만나고 있다. /마두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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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레바논 TV채널인 알 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과이도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외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개입하도록 설득했다"며 "과이도는 정치를 게임으로 알고 헌법과 법을 위반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으로, 조만간 법정 앞에서 대답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해온 미국에도 경고했다. 그는 "미 제국이 감히 우리 영토에 있는 나뭇잎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새로운 베트남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과이도 의장을 쿠데타 혐의로 체포할 용의를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 정부와 손잡고 자신의 암살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미국의 목적이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미국 국민이 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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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2019년 1월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규모 반(反)정부 집회에서 헌법전을 들고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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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마두로 정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단계적으로 조치를 밟고 있다. 베네수엘라 우파 야권이 장악한 국회는 이날 시트고 등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미국 자회사들의 임시 이사회 인선을 마쳤다. 반정부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12일 열린 집회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저지와 상관없이 오는 23일 미국·캐나다의 원조 물품을 반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대(對)마두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플랜 B와 C, 그리고 D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베네수엘라에 미군이 배치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지켜 보자"며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측 의원들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사태 무력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미 병력 파견 여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 파병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의 청문회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의 기용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에이브럼스 특사는 과거 국무부에서 재직할 당시 중앙아메리카 정부가 자행한 인권 유린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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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6일 베네수엘라 국경 우레나와 콜롬비아 쿠쿠타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 한 가운데 국제사회 원조 반입을 막는 파란색 컨테이너 2대와 주황색 유조 탱크 1대가 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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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이 지난달 23일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포한 이래 국제사회의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해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이나 해외 피신 등으로 출마하지 못한 가운데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며 자신을 새 대선을 주관할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일부 남미 국가를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에게 새 대선 계획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와 금의 수·출입을 막으며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PDVSA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마두로 정권으로의 송금을 차단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여전히 군부를 포함한 주요 국가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 반입도 차단했다. 정적인 과이도 의장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등이 지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조 물품은 현재 콜롬비아 쿠쿠타의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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