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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2차 북·미회담에 무관심한 美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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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때보다 기대 줄었지만 비핵화 새 이정표 세우길…

한반도 운명의 변곡점이 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오는 27∼28일 열리는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언론과 의회 분위기도 썩 좋지는 않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1년 넘게 없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 더 이상 감동을 주지 않는 듯하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검증도 받겠다고 이미 여러 번 밝혔다는 점에서 이 역시 ‘죽은 카드’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주류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게 냉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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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에서 2차 정상회담 날짜를 밝히고, 며칠 후 트위터를 통해 회담 장소를 하노이로 낙점한 당시에만 그나마 주요 뉴스로 다뤘다. 국정연설에서는 북한 비핵화 이슈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발표 내용이 매우 빈약했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여기다 비핵화라는 단어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차 정상회담 장소가 미국이 원하는 다낭이 아닌, 북한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로 결정된 데 대해 미 언론은 “미국이 양보했다”고 전했다. 내년에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다보니 협상 상대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분석 기사도 여럿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미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언론에 배포했다. 트럼프 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만으로 북한과 타협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트럼프 정부의 행동이나 통일된 메시지는 종전과 다른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이미 보도된 칼럼을 통해 강조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2차 정상회담 취재 편의를 위해 마련한 워싱턴·하노이 전세기(차터) 운항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700여명의 언론인이 차터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항공기 4대를 준비했지만, 신청자가 턱없이 모자라 이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얼마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난 미국 기자에게 ‘이젠 북한 비핵화 협상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따지듯 물었다. 그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말고도 현안이 쌓여있다”며 “우리에겐 눈폭풍이 몰아친 게 더 큰 뉴스일 수 있다. 당신이 거기에 큰 관심이 없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답했다. 물론 이번에도 ‘톱다운’식 협상이 전개될 것이라서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확인할 수 없기에 언론의 관심도 떨어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유가 어찌됐든 미 언론이 2차 정상회담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뭘까. 워싱턴 조야의 한 유력인사는 “내가 아는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좋은 딜’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역대 미 행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는 그런 면에서 그의 능력을 부각시켜줄 사안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슈에 계속 집중하는 배경이 무엇이든, 그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길 바란다. 특히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나아간 길로 되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협상이 진전되고, 미 행정부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이 진전의 방향타를 바꿀 수 없을 정도의 합의가 도출됐으면 한다. 2차 정상회담에서 깜짝 놀랄 만한 좋은 딜이 도출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 새 이정표를 썼다’는 표현을 미 언론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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