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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비싼 땅 콕 집어 공시가 ‘핀셋 인상’… “상권 임대료 오를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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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시지가 9.4% 급등… 상위 10위권 명동 8곳은 2배 올라

㎡당 2000만원 이상 중심 20% 인상… 전체 중 0.4%에 해당
한국일보

12일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의 모습.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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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국 땅값이 지난해보다 9.42% 오르며 2008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특히 고가 토지의 가격 인상률을 집중적으로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주요 상권에선 지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시지가 상승폭 11년만에 최대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9.42% 올라, 전년도 상승률(6.02%)을 웃돌았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공시지가 상승폭은 2008년(9.63%)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의 특징은 ‘공시가격 현실화’와 ‘핀셋 인상’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특히 시세 대비 저평가된 곳, 비싼 땅을 골라 집중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1㎡당 추정시세가 2,000만원 이상인 ‘고가 토지(전체의 0.4%ㆍ2,000필지)’를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높여 형평을 맞췄다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 고가 토지의 평균 가격 상승률은 20.05%에 달했지만 나머지 99.6%에 달하는 일반 토지 가격 상승률은 7.29%에 머물렀다. 고가 토지가 전반적인 시세 반영률을 끌어올리면서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현실화율은 작년 62.6%에서 64.8%로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애초 고가 토지와 개발 호재가 많았던 서울이 13.87%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광주(10.71%)와 부산(10.26%) 제주(9.74%) 등도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높았다. 서울에서도 강남구(23.13%)와 중구(21.93%) 등 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고가 토지가 몰린 지역이 현실화의 주요 타깃이 됐다. 특히 매년 땅값 상위 10위권을 싹쓸이하는 서울 중구 명동 인근 부지의 경우 10곳 중 8곳의 ㎡당 가격이 작년보다 2배(100%) 넘게 올랐다.

올해로 16년째 ‘전국에서 최고 비싼 땅’ 타이틀을 유지한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당 가격은 작년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100.4% 증가했다. 이밖에 명동 우리은행 부지(8,860만원→1억7,750만원ㆍ100.4%), 충무로 유니클로 부지(8,720만원→1억7,450만원ㆍ100.1%), 등도 모두 작년보다 2배 넘게 올랐다.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는 ㎡당 4,000만원에서 5,670만원으로 41.7% 상승했다.

반면 충남(3.79%) 인천(4.37%) 전북(4.45%) 등 13개 시도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고, 지역 산업이 침체한 전북 군산(-1.13%)과 울산 동구(-0.53%)는 작년보다 땅값이 하락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올해-지역별-표준지-공시지가-상승률/ 강준구 기자/2019-02-12(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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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상승 부를까

이에 따라 고가의 토지나 상가건물 보유자의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관련 세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소유자의 경우 지난해 보유세를 8,139만원 냈다면 올해는 세 부담 상한선(50%)인 약 1억2,208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해 ㎡당 798만원에서 올해 886만원으로 오른 서울 종로구 화동 표준지(99.2㎡)는 보유세가 올해 197만5,000원으로 전년(175만5,000원)보다 12.5% 오르는데 그쳤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가격이 급등했거나 상대적으로 시세반영률이 낮은 고가 토지를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개선했다”며 “99.6%의 일반토지는 상승폭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땅 주인의 건강보험료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상승은 곧 보유세 인상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번 땅값 상승이 어려운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으로 전가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권이 번화한 서울 강남ㆍ명동 등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도 “지금은 공실이 많은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단기적으론 임대료를 올리기 어렵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각종 임차인 보호장치가 있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세상인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통시장 등의 표준지가는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했고 고가 토지에도 임차인 보호장치가 존재해 임대료 전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4월 중 설치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분쟁해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3일부터 공시되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국토부 홈페이지 또는 해당 토지가 소재한 시ㆍ군ㆍ구의 민원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은 다음달 14일까지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기존 감정평가사가 아닌 다른 평가사가 재검토한다. 조정된 공시지가는 4월12일 재공시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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