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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독교 내 성범죄 ‘몸살’…대책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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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주교회의 “9년간 성학대 혐의 가톨릭 사제 152명 파면”

“다룰 기관 없어” 제도적 결함…열흘 후 관련 문제 로마서 논의

미국선 개신교 최대 교파 남침례회 성범죄자 380명 명단 공개

로마 가톨릭이 사제 등의 성적 학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회의를 열흘 앞두고 멕시코 주교회의가 지난 9년간 성학대 혐의로 파면된 사제가 150명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수녀를 상대로 한 사제들의 성폭력을 공식 인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음에도 인도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현직 주교의 수녀 성폭행 의혹이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미국에선 개신교 최대 교파 소속 교회에서 지난 20년간 성학대를 저지른 380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종교 내 성학대를 폭로하는 불꽃이 점화된 지는 한참 됐지만 ‘미투(나도 고발한다)’로부터 새로운 힘을 받으면서 지역과 교단을 불문하고 확산되는 형국이다.

브라질에 이어 가톨릭 신자가 두 번째로 많은 멕시코 주교회의는 지난 9년간 청소년, 심신이 미약한 성인을 상대로 성학대를 저질러 파면된 사제가 152명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헬리오 카브레라 대주교는 “멕시코에서는 각 주교가 관할 교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에 사제들의 성학대 정보를 다루기 위한 중앙기관이 없다”면서 제도적 결함을 인정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9월 프랑코 물라칼 주교가 한 수녀를 2년 동안 13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촉발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라칼 주교는 보석으로 풀려나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수녀 5명 가운데 4명이 다른 수녀원으로 전출 명령을 받으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물라칼 주교가 직무는 정지됐지만 교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 외에도 신부 4명이 고해성사 때 얻은 정보를 무기로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피소되는 등 사제에 의한 성착취 사건이 여러 건 접수된 상태라고 전했다. 인도의 가톨릭 신자는 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일 수녀를 대상으로 한 사제들의 성착취가 존재함을 공식 인정했다. BBC 등에 따르면 교황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신부와 주교들이 있어 왔다”고 답했다.

교황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5년 성착취 문제가 불거진 프랑스의 여성 수도회를 해산시킨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제들의 성학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회의는 오는 21일 3박4일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교황청 기관지 산하 여성지 편집장인 루체타 스카라피아는 “교황, 그리고 교회가 수녀에 대한 성착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지역언론 ‘휴스턴 크로니클’과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는 신자 1500만명을 자랑하는 남침례회 소속 교회 4만7000곳에서 1998년부터 성범죄를 저지른 380명의 명단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목사가 대부분이었고 집사, 주일학교 교사, 자원봉사자들도 포함됐다. 이 중 220명은 기소됐고 90명은 지금도 복역 중이며, 100명은 성범죄자 명부에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700명이 넘는데 일부는 낙태나 가해자 용서를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 크로니클은 “남침례회 지도자들은 10년 넘게 소속 교회의 성범죄자 명단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보도로 개신교 내 성범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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