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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침 햇발] 욕하면서도 꼭 봐야 할 ‘자유한국당 막장극’ / 신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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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승근
논설위원


“맘에 안 들면 눈을 비스듬히 떠 창밖만 바라보며 가타부타 말이 없다.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과 청와대에서 보좌했던 친박계 의원은 “박근혜는 집요하다”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파면한 박근혜’가 현실 정치로 돌아왔다. 감옥에 갇힌 지 2년이 다 됐지만 몇 마디 전언에 자유한국당 당권주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2016년 ‘진박 감별’ 데자뷔 같다. 의원들을 범박(범친박), 원박(원조 친박), 뼈박(뼛속까지 친박), 골박(골수 친박)으로 세분하던 진박 감별사들은 투옥되거나 힘이 빠졌다. 그 자리를 ‘유일한 면회인’ 유영하 변호사가 꿰찼다. ‘박심의 진위’를 두고 뒷말이 있지만 구속 678일 만에 나온 ‘말씀’에 전당대회가 들썩인다. 박근혜 정부 법무장관에 총리까지, 누가 봐도 친박인 황교안 전 총리조차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감옥 책상과 의자를 안 바꿔줬고, 자신의 수인번호 503번을 모른다는 게 배신의 징표다.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 ‘얼음공주’ 본성인지, 자기중심적 감정 표출인지, 친박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인지, 그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확증할 방법도 없고, 어차피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총선·대선·지방선거에서 거듭 심판받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하며 혁신을 다짐했지만 지난 3년 동안 달라진 게 없는 ‘도로 새누리당’에서 탄핵당한 세력들이 펼치는 ‘집안싸움’일 뿐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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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총리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문재인 정권과 맞서겠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취약하다. 정치적 출생의 본질을 숨길 수도, 전면에 내걸 수도 없다. 보수 언론조차 ‘자유한국당 집권을 막는 독존’이라 비판하는 박근혜의 면회 거부에 전전긍긍한다.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특검 연장을 거부한 걸 ‘인간적 도리를 한 증거’로 내세웠지만 그토록 부정하고픈 ‘국정농단 공범’ 논란만 키웠다. 정작 박근혜 사면을 두곤 여론 뒤에 적당히 몸을 감춘다. 탄핵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가 감히 어찌 나서냐는 비난도 싫고, ‘박근혜 구출’을 외치는 태극기 부대를 잃기도 싫어 꼼수를 두는 듯하다. 친박 표가 그 말고는 딱히 갈 곳도 없을 텐데, 마치 ‘어미를 어미라 부르지 못하는’ 막장극 속 비련의 배우 같다.

자유한국당 우경화를 막겠다며 전대 보이콧 방침을 철회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모양새가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박근혜 극복을 외치면서 초선 서울시장 선거 때 박근혜가 당한 ‘커터칼 테러’를 두고는 “정말 갚아야 할 신세”라 한다. 홍준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황 전 총리와 맞대결 구도가 예상되자, 보수우파가 갈 곳이 없다며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그가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할 때 몇몇 중진이 그에게 말했다. “오 시장, 이 투표에서 이기면 니는 단번에 대선주자가 되는 기라.” 눈에 선한 그 장면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더 큰 권력을 욕망하는 건 자유다. 국정농단을 일삼아 파면되고도 국민 앞에 제대로 반성조차 한 적 없는 이가 신당을 꿈꾼다는 얘기까지 나도는데, 그들의 욕망을 탓하는 건 부질없다. 전당대회 열차는 이미 출발했고, 27일 새 당대표가 등장한다. 황 전 총리 우세를 점치는 이가 많다. 이수성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검증 과정에서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돌고 돌아 ‘도로 탄핵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가 대표가 되든 험난하다. 일각의 관측처럼 박근혜 신당이 시도된다면 더 볼썽사나운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 막장드라마의 묘미는 욕하면서도 계속 본다는 것이다. 결말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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