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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나는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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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요즘 뭐 하시나 묻길래

그냥 놀고 있지 뭐,

티라노사우루스와 놀고

구름표범과 놀고

무지개산과 놀고

베두인과 놀고

그래, 오늘 잘 놀았다

부지런히 노는 것도 공부다

잘 노는 것이 하느님이다

열린 문틈 사이로 하느님이 보인다

일할 때 보이지 않던 하느님, 노는 당신이 열어놓은 문틈으로 슬몃 오셨군요. 어서 손짓해 부르셔요. 낡은 소파라도 미안해 말고 앉게 하셔요. 천지창조 이래 가장 번성하고 있다는 사람의 마을에 오셨지만 누구도 선뜻 마중 나가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어린왕자가 찾았던 점등인의 별보다 더 바쁘거든요. 아마 서운하실 거예요. 공중의 새들도 씨앗 뿌리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도록 해 주셨는데 사람들은 왜 이리 부산하냐고. 어제는 산을 깎고 오늘은 바다를 메우니 당최 이 별을 만든 나도 못 알아보겠다고. 당신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새처럼 뒷짐 질 수 없어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말이죠.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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