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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페이스북 해결했더니, 넷플릭스가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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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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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발생 이전 반드시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다수 발생한다는 이론을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른다.

올해 1월 말과 2월 초 발생한 넷플릭스 속도지연 사건은 '통신 대란'을 앞두고 발생한 하인리히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피해는 작았지만 이면에는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통신 네트워크에 피해를 초래할 악성 요소가 잠복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국내 통신사간 망 이용대가 문제를 근본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졌다.

◇넷플릭스 속도지연···우려가 현실로

넷플릭스가 한국형 좀비물 '킹덤'을 선보인 지난달 25일 직후 이용자가 폭주하며 일부 통신사에 (넷플릭스)지연에 대한 항의가 접수됐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는 재발방지를 위해 서둘러 국제회선 증설에 착수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한국과 일본 구간 넷플릭스 용량을 두 배 늘렸고 KT는 이달 한국과 미국 구간 넷플릭스 용량을 증설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고객 불만이 몇 건 접수됐다”면서 “트래픽 초과를 막기 위해 용량을 선제 증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회선 증설 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했다. 자체 해저케이블을 보유한 KT는 한미 구간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대역폭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SK브로드밴드는 한일 구간 임차 용량을 늘렸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증설해야 할지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 불가라는 점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유튜브 등 일반 영상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길이가 1~2시간으로 길고 화질도 풀HD, UHD급이 다수다. 트래픽을 많이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용자 증가에 따라 국제회선 수요도 급증한다.

해결 방법은 캐시서버뿐이다. 넷플릭스는 주문형비디오(VoD)가 대부분이라 캐시서버에 미리 저장하기 수월하다. 현재 넷플릭스 캐시서버는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만 보유했다. 캐시서버가 없는 KT와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은 지속적으로 품질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비용을 요구하는 통신사와 거절하는 넷플릭스 입장이 충돌하고 있어 협상 시작 자체가 쉽지 않다. 모든 문제가 '망 이용대가'로 귀결되는 것이다.

◇예견된 '망 무임승차'

넷플릭스발 망 이용대가 이슈는 예견된 것이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상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망 무임승차 문제가 대두했다. 넷플릭스가 '약한고리' 전략을 편다는 것은 유명하다.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을 공략할 때 하위 통신사와 우선 계약, 상위 업체를 포위하는 전술이다. 상위 업체는 차례로 망을 무료 개방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넷플릭스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킹덤 같은 대작을 잇따라 내놓는다면 한국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이는 통신사 설비증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이용자 불만을 방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30여만 명이던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는 연말 120만명을 넘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며 신규 가입자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KT와 SK브로드밴드는 고민에 빠졌다. 설비를 지속 증설하려니 비용이 부담이고 캐시서버를 설치하자니 망 무임승차가 두려운 것이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체결한 계약 조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압도적 콘텐츠로 밀어붙이는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 협상력도 동등하지 않은 상황이다. CJ헬로 인수가 성공하면 LG유플러스가 누릴 넷플릭스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역차별 해소 정책 갈림길

통신사와 정부, 국회는 넷플릭스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다. 통신사는 수차례 메일을 보내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중 추진한 '국내외 인터넷 기업 역차별 해소' 정책과 끈질긴 협상 덕분에 페이스북이 마침내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타결했으나 넷플릭스를 맞아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완고한 글로벌 단일 정책을 고수하는 넷플릭스를 협상 테이블에 불러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지금까지 인터넷 역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에 처할 위기다.

정부와 국회가 역차별 해소 정책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꾸준히 추진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1분기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도 제정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성실한 협상 의무와 협상 방법 등이 명시되면서 넷플릭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이를 준수하기로 넷플릭스와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인터넷 동영상 사업자(OTT) 규제 방안도 유료방송 형평성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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