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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배당 정책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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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배당 요구는 미래투자 가로막을 수도


남양유업이 11일 국민연금의 제안을 걷어찼다. 국민연금이 배당을 늘리라고 했지만, 남양유업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이 관리하는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실제 이 회사는 대표적인 짠물 배당 상장사다. 이익이 생기면 주주에겐 아주 조금만 주고, 나머지는 사내유보금으로 쌓는다. 언뜻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게 보인다. 하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양유업의 짠물 배당은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지분이 약 52%에 이른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홍 회장 일가의 지분은 54%에 육박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22%, 국민연금 지분율은 6%를 웃도는 수준이다. 남양유업은 "배당을 늘리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만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회사 이익을 사외로 유출하기보다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올바른 경영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성급했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한진칼에 이어 여기저기 힘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남양유업 건은 잘못 짚었다.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의 배를 더 불리라고 재촉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배당 압력은 자칫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지분의 약 57%가 외국인 몫이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면 가장 좋아할 투자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계 블랙록 등 외국인들이다.

기업의 배당정책은 고도의 경영전략에서 나온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배당을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고집스럽게 거부했다.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왜 잡스는 배당을 하지 않는가'라는 분석기사(2010년 8월 13일)에서 "은행에 맡긴 현찰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우리에게 엄청난 안전성과 융통성을 준다"는 잡스의 말을 인용했다. 요컨대 배당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상책이다.

물론 저배당 정책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증시가 유난히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까지 나서서 특정 기업을 상대로 배당금을 더 내놓으라고 조르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오히려 국민연금이라면 증시를 떠받치는 대형투자자답게 단기 배당보다 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기업을 격려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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