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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개인면허=퇴직금"...개인 택시 기사들 극한 투쟁에는 '면허값 바닥'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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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로 불리던 개인택시 면허 거래가격
최근 7100만원으로 최저가 기록
법인기사들 "개인은 양반, 우리는 더 열악하다"

"카풀 손해 막심... 생계 위협받으면 누구라도 분신할 것" <택시기사 최동식(63)씨>
"명분 없다...목숨은 하난데 가족은 어떡하라고" <택시기사 조계춘(64)씨>

지난 11일 ‘카카오 카풀’을 반대한다는 택시기사가 또 다시 분신을 시도했다. 최근 2개월 동안 세번째 분신이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앞에서 법인 택시기사 최모(57)씨가 분신해 숨졌고, 올 1월에도 개인 택시기사 임모(64)씨가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분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앞서 두 번의 분신으로 카카오 카풀은 ‘서비스 완전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을 두고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카풀로 인한 위기감이 존재한다"는 기사가 있는 한편, "이번엔 명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의사표현은 자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12일 오전 택시기사 10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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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택시기사 김모(62)씨가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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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만원 떨어진 택시 권리금, 못참겟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른바 ‘개인택시 권리금’으로 불리는 번호판(면허) 거래 가격이 하락한 것이 잇따른 분신 사건의 배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인택시 매매 전문업체 서울택시랜드 김기용 대표는 "카풀 등 여러가지 차량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택시 영업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택시 면허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개인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권리금은 ‘퇴직금’과 마찬가지다. 고령으로 운전을 그만두는 기사들은 번호판을 팔고 노후자금을 마련한다. 실제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의 택시기사 수는 26만8669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운전사는 7만2800명(27%)이다. 특히 서울은 전체 택시기사(8만1957명) 중 65세 기사가 2만6977명(33%)에 이르렀다. 전국 통계(27%)를 훨씬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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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매매 시세표에 따르면, 2017년 10월 9100만원에 거래된 서울 개인택시 권리금은 2018년 5월 8300만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 같은해 9월 8800만원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 카풀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7100만원에도 거래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택시 기사 김훈길(60)씨는 "3년 동안 법인택시를 몰아 개인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면허를 1억원 가까이 주고 샀다"며 "카풀, 타다 등 면허가 필요없는 차량운행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면허가 ‘똥값’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9500만원 주고 산 면허가 지금 7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5000만원까지 폭락할거란 얘기를 들으면 한숨만 나온다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 이인성(70)씨는 "카풀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번호판 시세가 오르던 상황이었는데 역전됐다"며 "카카오 카풀 때문에 퇴직금이 2000만원이나 깎인 셈이고 그나마도 거래가 안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죽했으면 분신을 시도했겠나, 그 마음이 이해된다"고 했다.

개인택시 권리금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택시 영업이 어려워져, 번호판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줄어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카풀 서비스로 인해 직접적인 손해를 경험했다는 평가다.

택시 기사 강모(56)씨는 카카오 카풀이 운영되던 지난달까지 출퇴근 시간에 ‘배차 콜’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카카오는 그나마 출퇴근 시간만 침범했지만 다른 카풀 앱인 ‘타다’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며 "24시간 운행으로 낮 손님까지 뺏어가는 타다가 규모를 확대한다고 해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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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택시기사 김모(62)씨의 택시 창문에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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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택시 기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얘기도 있다. 법인 택시기사 최동식(63)씨는 "고통의 차이는 있겠지만 법인이나 개인이나 손님없어 힘들기는 마찬가지,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냐"고 했다. 최 씨는 "생계가 위협받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나올 것"이라며 "안 그래도 하루 12만7000원의 사납금을 채우기도 빠듯한데, 카풀로 승객이 분산되면 생존조차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생목숨 버릴 필요까지야…이번엔 명분 부족해"
일부 법인택시 기사들은 분신과 관련해 ‘배부른’ 개인택시 기사들만의 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법인택시 강모씨는 "개인택시 기사들은 차 있고, 집 있고 어느정도 부를 축적한 사람들인데, 돈 더 벌겠다고 시위하고 분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택시 기사 조계춘(64)씨는 "자기 목숨은 하나 밖에 없는데 왜 분신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남은 가족들은 어떡하란거냐"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 강창규(53)씨는 "정부가 나서서 협의하고 있는데 아까운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 분신 사건 때는 회사 차원에서 영업을 중지하고 시위에 나섰다는 택시기사 조씨도 "이번엔 시위 나가자는 말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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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회의에서 전현희 의원이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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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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