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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사’ 찍어누른 황교안, 끝내 그를 비호한 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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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49)

법무부 장관 시절 ‘구조 실패’ 해경 수사 지연시키고

123정장 구속영장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빼게 해

“범죄사실 제외 지시는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 불구

무성의한 검·경, 고발사건도 제대로 수사 않고 끝내

2021년까지 공소시효 남아…끝내 법적 책임 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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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을, 그의 입을 통해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최근 ‘뉴스와이드’에 나와서 그렇게 말했다. 2년 가까이 구속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눈물은 인정을 말하는 것이리라. 자유한국당 당권을 노리는 ‘초보 정치인’ 황교안은 적어도 박근혜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5년 전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법무부 장관’ 황교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흔한 말로 180도 달랐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해경에 대한 수사 요구가 빗발쳤다. 특히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해경 123정은 선장과 선원만 구조한 뒤 일반 승객을 방치해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검찰의 대응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유병언 전 세모 회장과 구원파에 ‘포화’를 집중한 채 해경 수사를 머뭇거렸다. △사고 원인 △구조 실패 △선주·선사 운영비리 세 가지 수사 포인트 중 선주·선사 비리를 따로 떼어 내 주무를 인천지검으로 정하고, 지휘도 대검 형사부를 배제하고 반부패부에 맡겼다.



● “겉으론 ‘해경의 사기 저하’ 운운했지만, 사실은 선거(6·4 지방선거)를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 해경수사팀장에 ‘강성’인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임명하는 데도 진통이 있었고, 각 지검에서 차출하기로 한 수사팀 구성도 (법무부에서) 인사를 내주지 않아 계속 늦춰졌다.”(검찰 관계자 ㄱ)

● “그 당시에 해경 수사를 미루게 만든 이유가 뭐냐 하면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 때문이다. 해경 수사하면 국가 책임 문제가 바로 돌아오고, 이게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거다. 특히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일체 대외수사를 못 하게 했다. 6월 초에 수사팀이 생겨서 검사 세 명이 목포까지 갔는데 딱 일주일만에 갑자기 ‘하지 마’라고 해서 돌아온 일도 있다. 해경 전산 서버 압수수색도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5일에야 나갈 수 있었다.”(검찰 관계자 ㄴ)



우여곡절 끝에 꾸려진 광주지검 해경수사팀은 7월 초 대검찰청에 내부 검토 보고서를 올린다. 요지는, 세월호 사건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실패한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업과사)로 의율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대검을 통해 이 의견서를 접한 법무부는 며칠 뒤 ‘불가’ 지시를 내린다. 물론 황교안 법무부 장관 때의 일이다. “법무부는 ‘이게 죄가 되냐. 성급히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123정장에게 업과사를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노골적으로 그렇게는 쓸 수 없으니까 몇 가지 ‘보완 검토를 해라’라고 적어서 내려보냈더라.”(당시 광주지검 관계자) 수사팀은 법무부가 지적한 대목을 보강해 7월25일 다시 보고서를 올렸다. “123정장을 업과사 등으로 구속 수사하겠음.”

사흘 뒤 123정장을 소환한 광주지검 해경수사팀은 7월29일 새벽 3시, 그를 업과사와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대검에서는 “해경수사팀이 기술 쓴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가 하도 못하게 막으니 48시간 안에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긴급체포를 강행해 배수진을 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업과사는 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어디서 내려온 것일까. 당시 이 사건 처리 과정에 관여했던 검사들의 증언이다.



● “‘영장 쳐도 되는데, 업과사 이거는 빼라’고 우리한테 얘기한 건 검사장(광주지검장)이죠. 근데 그게 그 양반 소신이 아니라는 건 우리가 다 아니까, 누군가의 지시인 거죠. 대검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가 알고. 그럼 그 ‘위’가 저기(과천 법무부) 밖에 없잖아요.”

● “긴급체포해서 48시간(시한)을 2시간 앞두고 ‘그거(업과사) 빼고 (영장) 넣어라’, 범죄사실에서 빼라는 건데 그거 지우고 하면 30분 걸리고 그런 상황이었다. (급박하게 바뀐 것?) 그렇죠. 아무 생각 없이 따르라는 의미죠.”

●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어요. 법무부는 외국 사례가 없다면서 123정장 업과사는 안 된다고 버텼는데, 업과사를 적용하면 구조 실패 책임이 국가에 돌아올 것을 염려한 거죠. 근데 이 사건은 정말 국민이 다 지켜보는 사건이고, 특히 유가족들이 저렇게 아직도 눈물 흘리는 사건인데, 정부 쉴드친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 “업과사 빼라는 지시를 누가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오직 장관만이 결정할 수 있는 거죠. 당시 김주현 검찰국장과 이선욱 형사기획과장은 (장관의 지시를) 전달만 한 것이죠. 지금이라도 김 국장에게 물어보면 ‘다 내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할까요?”



이 수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여러 검사는 ‘업과사 배제’ 방침을 내린 ‘윗선’으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물론 그는 <한겨레>의 여러 차례 보도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왔다. 2017년 5월29~30일 <한겨레>의 연속 보도(황교안 세월호 수사 외압 드러났다, 황교안 법무부 선거 의식해 세월호 수사 지연시켰다)에 대해 그는 ‘부인’을 넘어 ‘위협’도 주저하지 않았다.



“저는 당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입니다. 저는 이러한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이제는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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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뒤로 그가 말한 ‘법적 조치’는 없었다. 당시 어느 검사는 “건다면 명예훼손인데, 그렇게 되면 (검찰이) 사실관계를 전부 확인하게 된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겠냐”고 했다. 다른 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폭탄일 뿐이다. 당시 영장 청구를 황 장관이 막은 거로 확인되면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하지 마라’고 한 순간 범죄가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적폐수사’에서 검찰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한 그 조항(형법 제123조)말이다.

왜 그럴까. 구속영장 청구라는 ‘사법 절차’에 착수하려는 검찰에 특정 혐의를 빼라고 했다면 법무부 장관의 권한 남용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의 설명이다. “검찰청법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에 어떤 범죄 혐의를 넣고 안 넣고는 장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지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영장 청구는 사무 감독과 같은 일반 행정행위가 아니고 형사 사법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빼도록 했다면 검사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 된다.”

비슷한 선례가 있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다. 목포고-서울법대를 나온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총장이 예약된 ‘실세 대검차장’이었다. 그런 그가 2001년 5월 울산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사 중이던 평창종합건설 뇌물공여 사건을 빨리 끝내라고 종용한다. 20여 일이 지나서는 자신의 검찰총장 취임식에 참석하러 올라온 울산지검장을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 다시 한 번 “빨리빨리 종결하라는 취지의 독촉 지시”(검찰 공소장)를 했다. 결국 ‘압력’을 못 견딘 수사팀은 내사를 끝내고 만다. 이런 사실이 나중 ‘이용호 특검’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신 전 총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2007년 6월 신 전 총장의 유죄를 확정했다. 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문은 논리 구성을 좀 더 뜯어볼 필요가 있다.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업과사를 들어내도록 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하는지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미 수개월간 내사가 진행되어 사무실과 임원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사안에 대하여 압수수색 결과 확보된 자료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하지 못한 상태인 압수수색 직후의 시점에서 (신 전 총장이) 더 이상 내사진행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언급하였다면 (…) 위와 같은 언급 역시 평창종건에 대한 내사중단의 지시로 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위와 같은 내사중단 지시에 의하여 담당 검사로 하여금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발견하여 정상적인 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던 평창종건에 대한 내사를 중도에서 그만두고 종결 처리토록 한 행위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혹은 검찰총장의 직권을 남용하여 담당 검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문)



123정장의 구속영장은 내사보다 훨씬 진전된 수사 단계에서 청구하려던 것이다. 그런데도 범죄 사실을 통째로 들어내라는 지시가 있었고, 결국 빠졌다. 업과사 배제 시도가 실패했다면, 즉 미수에 그쳤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미수범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지시가 실행에 옮겨져 범죄가 성립한 것이라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업과사를 뺀 123정장의 구속영장은 여지없이 기각됐다.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당시 법원의 기각 사유였는데, 영장에 ‘핵심은 다 빼고 왜 곁다리만 넣었냐’ 이런 뜻 아니겠어요? 법원이 제대로 본 거죠.”(검찰 관계자 ㄷ)

업과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줄다리기는 그해 10월 초에야 결말이 났다. 대검 형사부 주도로 대검 기획관·선임과장급 검사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만장일치로 “업과사를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획조정부 등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검 부장(검사장) 회의를 주재한 당시 대검 차장이 ‘업과사 적용·불구속 기소’로 의견을 정리하고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아 법무부에 통보하면서 3개월 여에 걸친 ‘업과사 전쟁’도 끝이 났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법무부가 마지 못해 물러선 것”(검찰 관계자 ㄴ)이다. 10월6일 업과사로 기소된 123정장은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황 장관과 법무부가 틀렸다는 것을 법원이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재판이 끝나기도 전, 황 장관의 ‘뒤끝’은 북풍처럼 매서웠다. 업과사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검찰 주요 간부들은 2015년 초 인사에서 일제히 좌천당했다. 당시 검사들 사이에선 “황 장관의 인사보복”이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법무부에서) 너무 심하게 날리려는 사람 몇 명 구제하느라 검찰총장이 쓸 수 있는 인사 카드의 절반 이상을 써버렸다”, “인사안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는 말이 돌았다.

서지현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날린’ 안태근 전 검찰국장,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5년 초 법무부의 ‘보복 인사’도 같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사건 영장에서 업과사를 빼라고 한 것과 국정원 댓글 사건 때 공직선거법 적용을 한사코 막은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일들에 대해 ‘총대’를 매고 원천 차단을 시도한 것이다. 하나 더. 국정원 댓글 사건에 기어이 선거법 위반을 적용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혼외자 의혹’으로 찍어낸 것까지. 모두 황교안 법무부 장관 재임 중 일어난 일이다.”(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업과사 배제의 형사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무성의한 태도로 번번이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됐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17년 4월17일 법무부와 대검 간부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수사를 서둘러 끝냈다. 당시 법무부에 맞서 업과사 적용을 주도했던 대검의 핵심 간부에겐 아예 출석 요구조차 하지 않았고, 과장급 검사 1~2명의 진술서를 받는 선에서 종결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당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찰 수사팀 주요 관계자를 싹 다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 뒤론 이 사건을 다룬 흔적을 찾기 어렵다. 2017년 5월 기자와 통화에서 “해경 수사를 못하게 막은 건 수사로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애들이 수백명 죽어 나갔는데…”라고 했던 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의 다짐은 결국 빈말이 됐다.

‘정의연대’가 낸 고발 사건의 처리 과정은 검·경의 ‘진심’을 살피는 데 제격이다. 이 단체는 2017년 5월29일 황 전 총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부실 수사를 우려해서 경찰에 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해 9월13일 검찰로 사건을 넘기며 송치 종결했다. 양건모 정의연대 대표는 “경찰이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같은 해 11월27일 이 사건을 각하했다. 한마디로 요건을 갖추지 못해 수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당연히 고발인 조사는 없었다. 한 검사는 “고발 자료가 미비해도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그렇게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사이 은인자중, 검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던 황 전 총리는 적폐수사의 칼날이 사법부로 옮겨가자 이윽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세월호와 업과사와 직권남용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검찰의 칼날은 끝내 그를 비켜 갈까. 황 전 총리는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했지만, 그의 법전에 눈물은 없었다. 어느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과 자식 잃은 부모의 비통함을 그는 헤아리지 않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2014년 7월 발생한 ‘업과사 배제’ 지시의 경우 2021년까지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시 법무부의 업과사 배제 지시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자료를 일부 검사들이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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