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0545909 0032019021250545909 04 0401001 6.0.14-RELEASE 3 연합뉴스 0

[우향우 일본]① '국수주의' 일본 우익, 아베 정권과 개헌 상부상조

글자크기

日 우익 뿌리는 '존왕양이'…본질은 보수주의 아닌 극단적 국수주의

아베, 우익 발판으로 '자위대 근거 마련→전쟁가능국' 2단계개헌 추진

첫 시험대는 7월 참의원선거…일본회의·네토 우요쿠 움직임 주목

※ 편집자주 = 최근 일본은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시한 뒤 궁극적으로 무력 보유를 가능케 하려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이더-위협비행',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등을 소재로 한·일 갈등을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일본 우익의 정서와 역사관 등이 깔려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일본 우경화의 배경과 실태, 우익의 실체와 목표, 이에 저항하는 양심적 시민세력의 활동 등을 다룬 3건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1(장면 하나): 한 20대 일본인 여성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본에서 우익(右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죠?"

"야쿠자요. 호호호…."

"폭력단 야쿠자 말인가요?"

"네. 그런데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그런 거에 별로 관심 없어요."

#2(장면 둘): 젊은이들로 늘 북적거리는 도쿄 아키하바라 인근의 대형서점 '쇼센'(書泉) 북 타워. 이곳의 분위기는 지하로 이전하기 전의 옛 서울 종로서적과 흡사한 느낌을 준다. 9층 규모의 비교적 홀쭉한 건물에 층별 분류 방식으로 책을 빼곡히 진열해 놓았다.

1층 입구의 카운터 직원에게 일본 우익 관련 책이 있는 곳을 묻자 접근성 좋은 위치에 마련된 1층의 한 서가로 안내했다.

연합뉴스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대형서점 '쇼센 북 타워'



그곳에는 잉크 냄새가 풍길 정도로 갓 인쇄돼 나온 수많은 책이 진열돼 있다.

제목을 보면 우익 성향의 일본인이라면 눈길을 줄 수밖에 없을 자극적인 것이 많다. 돌려 말하면 한국인이나 중국인 입장에서 본다면 기분을 상하거나 경악할 만한 내용이다.

쓰쿠바(筑波) 대학대학원 교수가 쓴 책의 제목은 '통일 조선은 일본의 재난'이었다. 이 책을 둘러싼 띠지에는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 비춤), 징용공 판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이번만큼은 일본인도 총격노(總激怒)'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어처구니없는 한국의 거짓말과 사죄 요구에 정정당당하게 반격해야' '한국을 한 방에 입 다물게 할 비책 제안' 같은 노골적인 선동도 곁들였다.

정치평론가라는 사람이 쓴 '날조투성이의 한국사'는 한술 더 뜬다.

대한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 대한 안중근 의사의 저격 사건을 거론하면서 '테러리스트'가 일제의 한반도 병합을 촉진했다는 주장을 편다.

그 서점 직원이 안내해 준 '우익 코너'에는 그런 내용의 책들이 즐비했다.

연합뉴스

반한 감정 부추기는 우익성향 책들. 일본 서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 아베 지지 기반 日 우익…보수주의 아닌 '국수주의 성향'

두 장면을 통해 보통의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우익의 개념을 엿볼 수 있다.

우익을 야쿠자의 이미지로 표현한 20대 여성은 특정 민족에 대한 경멸적 언사(헤이트 스피치)를 일삼는 '재특회(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 같은 행동파 우익이 머리에 각인된 것이다.

서점 직원이 생각하는 일본의 우익은 배외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요쿠'(うよく)로 불리는 일본 우익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우익 세력이 지지 기반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우익의 정확한 실체와 성격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다.

우익은 보수주의 성향을 띤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의다. 보수주의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고, 평등보다는 자유를 강조한다.

그러나 일본의 우익은 일반적인 보수주의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일본 우익은 '전후(태평양 전쟁 후) 체제로부터의 탈각(脫却, 벗어남)'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데, 이들은 현 체제가 패전 후 일본에 강제됐다고 보고 이를 '변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각의 핵심은 전후 체제의 골간인 '평화헌법'의 개정이다.

일본 우익은 또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침략전쟁에 책임을 져야 할 일왕(天皇·덴노) 중심 체제를 중시하고 강한 애국주의를 주창한다.

이 때문에 일본 우익에는 극단적 국수주의자(쇼비니스트)나 외국인을 배척하는 배외주의자 같은 말이 더 어울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12월 도쿄에서 벌어진 일본 우익 세력의 혐한 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우익 뿌리는 일왕 중심 존왕양이 사상

일본 우익의 시발은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앞두고 일어난 왕정복고(王政復古)와 존왕양이(尊王揚夷) 운동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왕정복고는 무인(사무라이) 집단의 우두머리인 바쿠후(幕府)에서 일왕으로의 중앙권력 이양을 뜻하는 말로써 1867년 대정봉환(大政奉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존왕양이는 일왕을 받들고 외세를 배척하자는 운동이다.

그 후 이 운동에 동조하는 수많은 우익 단체가 명멸하면서 여러 갈래의 분파가 생겨났다. 그중에는 폭력단 야쿠자와 끈이 있는 행동파 우익조직 임협계(任俠係)가 세력을 떨치던 시절도 있었다.

모두에서 20대 여성이 우익 하면 야쿠자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한 말은 바로 임협계에 대한 잔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거리에서 극단적 언행을 일삼는 재특회 같은 소규모 극우 단체보다는, 재력과 세력을 갖추고 지성(知性)으로 포장한 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은밀하게 활동하는 우익 세력이 일본의 장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도쿄신문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일본 최대의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가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즉위 한 달 전인 4월 1일 새 연호를 공표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을 문제 삼아 아베 총리에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회의는 "헌법의 취지에 따라 '황실'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며 새 연호 조기 공표는 한 일왕의 재임기에 연호를 하나만 쓰는 '일세일원'(一世一元)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아베 총리를 압박했다.

이를 두고 2차 집권 7년 차를 맞아 정치적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아베 총리에게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질 만큼 막강한 일본회의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쿄신문은 헌법 개정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이념을 공유하는 일본회의가 아베 총리에게 불만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 아베 정권, 우익 등에 업고 '전쟁가능국' 개헌 노린다

아베 총리가 우익 세력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 개헌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최근 3년간 아베 총리가 개헌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된다. 현행 헌법상 근거가 없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 조항에 명시해 군대를 보유한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 세력은 일본 내 평화운동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지성인들이 '평화헌법'이라고 하는 현행 헌법을 '강요된 헌법' 또는 '불완전한 헌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추구하는 '정상국가'란 결국 '강요된 평화헌법'의 틀을 벗고 스스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를 뜻한다.

일본이 전후에 '일본제국 헌법'을 대체해 만든 '일본국 헌법'은 승전국인 연합국 최고사령부(GHQ)가 초안을 내놓고, 여기에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반영해 성립시킨 절충안이었다.

전문과 103개 조항으로 이뤄진 새 헌법의 핵심은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키운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국 등을 잇따라 침략해 엄청난 참화를 안긴 점을 고려해 전쟁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든 것이다.

그 장치가 평화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제9조 1, 2항이다.

1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2항은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동서냉전이 본격화하는 등 동북아 안보정세가 요동을 치는 틈을 타 일본이 군비를 확충하면서 현실은 딴판이 됐다.

최첨단 무기를 갖춘 육해공 자위대 병력이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고, 한 해 동안 쓴 방위비는 작년 기준(IHS마킷 자료)으로 451억 달러에 달할 정도이다. 이는 전 세계 8위 수준으로 남북한 대치 상황의 한국(391억 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현행 일본 헌법]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바현의 한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육상자위대 상륙강습차량과 탱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개헌에 국민 관심 낮아…첫 시험대는 올 7월 참의원 선거

아베 정권은 1단계로 기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나라의 평화와 독립, 국가와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직'으로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헌법에 담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헌에 성공하면 중장기적으로 헌법 제9조의 1, 2항까지 손대는 2단계 개헌을 재차 추진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 통해 일본이 또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고, 그 이후에는 군사 대국화의 길로 달려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개헌 과제를 제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당장 올해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개헌 절차는 내각이나 국회의원의 발의로 시작되는데, 발의안은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정당인 공명당과 합치면 중의원에선 개헌 발의 의석을 가까스로 확보한 상태지만 참의원에서는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242석 중 절반을 바꾸는 올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 국민투표를 바라보며 개헌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국민투표에선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되는데 현재의 정치 지형으로는 쉽지 않다. 집권당 내에서도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고, 일본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달 12~15일 NHK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안의 국회 논의에 대해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50%), '개헌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14%) 등 부정적인 의견이 62%나 됐다.

이 단계에서 아베 총리가 믿고 의지할 대상으로 꼽히는 것이 '일본회의' 같은 우익 단체와 '넷토 우요쿠'(인터넷 우익)로 불리는 사이버 공간의 우익 동조자들이다.

아베 총리는 우선 개헌을 위한 여론 조성 부대로 일본회의의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아베와 코드 맞는 '일본회의'와 온라인 우군 '네토 우요쿠'

일본 내 최대 우익 단체인 일본회의는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재계 인사와 지식인 중심의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해 1997년 출범했다.

일본 전역의 47개 광역단체(都道府縣) 전부와 3천300여 시정촌(市町村)에 거점을 두고 있을 정도로 촘촘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태평양전쟁 종전 60주년인 2005년 A급 전범 12명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20만명 참배 운동을 벌였던 바로 그 단체이다.

2012년 총선을 통해 출범한 2차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 등 중요 정책 대부분은 일본회의가 지향하는 것이다.

지지(時事)통신 기자 출신인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대학(杏林大学) 명예교수(국제정치)가 현재 제4대 회장을 맡고 있다.

지바(千葉)현 중앙학원대학의 이헌모 교수는 최근 내놓은 '아베의 아름다운 일본은 있는가(부제)'라는 저서에서 "일본회의는 원하는 정책을 아베 정권을 통해 실행에 옮기면서 자신들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어 간다는 상부상조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일본 최대 우파 조직 '일본회의' 홈페이지 [캡처]



아베 정권의 또 다른 우군인 인터넷 우익은 익명성 때문에 언어는 한층 거칠고,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감과 국수주의는 더 강한 성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댓글 부대로 활동하며 국가 간 쟁점이 생겼을 때 우파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세력이 바로 이들이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한국 관련 문제 등 우익층을 자극할 만한 이슈에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터넷 우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주간지 '아에라'가 오사카대학대학원의 쓰지 다이스케 준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일본의 인터넷 우익은 한국과 중국을 배척하고, 강한 애국적 정치 지향성을 띠면서 인터넷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2007년 조사 연령대인 20~44세 사이의 인터넷 우익층이 10년 만에 1.3%에서 2.3%로 늘고, 동조층을 포함하면 4.0%에서 7.7%로 증가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앞으로도 '정상국가 회귀'라는 명분을 내세워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폭이 넓어지고 있는 인터넷 우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은 셈이다.

이헌모 교수는 "헌법 개정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민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기존 평화헌법을 포기하고 국가로서 새로운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며 "다만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개선 노력을 게을리한 채 전전(戰前)의 사상이나 전통을 답습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듯한 움직임에 대해선 냉철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도한 애국주의에 빠진 일본 우익의 움직임은 이런 말을 상기시킨다.

"인류로부터 애국주의를 두들겨 쫓아내지 않으면 결코 조용한 세상은 오지 않는다."(You'll never have a quiet world till you knock the patriotism out of the human race.)

일본에서 우익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결코 조용한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parks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