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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음식한담] 갈비양념 치킨의 원조는? 춘천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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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 달걀 낳지 못하는 산란노계에서 육계로 바꾸고 ‘대박’
사위 오면 잡아주던 씨암탉도 실은 산란노계
인삼 유통 억제로 삼계탕 대중화는 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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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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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의 수원왕갈비치킨이 화제다. 수원의 치킨 거리는 밀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실 갈비 양념 치킨으로는 춘천 닭갈비가 원조다.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돼지갈비 대신에 닭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시작되었다. 돼지 파동으로 돼지갈비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한 식당이 대체품으로 닭갈비를 팔면서다. 닭갈비는 돼지고기보다 싸면서 갈비를 먹는 분위기는 낼 수 있어 차츰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닭갈비가 아니라 ‘닭불고기’라고 불렀다. 철판에 볶은 요즘과 달리, 닭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재웠다가 연탄 위에 놓은 석쇠에 굽는 조리방식은 돼지갈비와 같았다.

◇춘천 닭갈비, 돼지 갈비 대체품으로 인기 얻어

초기 ‘닭불고기’는 지금처럼 사랑 받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고기가 아닌 달걀을 얻기 위해 사육했던 산란노계를 사용했다. 과거 100주, 현재는 70주 전후 산란율이 떨어지는 산란계는 폐사한다. 아니면 육계로 이용하는데 이를 산란노계라고 부른다. 산란노계는 육계와 비교하면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질기다. 국내에서는 가공육으로 주로 쓰인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쫄깃함 식감의 닭고기를 좋하는 동남아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 사위가 오면 잡아 주는 씨암닭이 실은 산란노계다. 무게는 12호~13호 정도(1270~1390g)이다.

1960년대 중반 닭불고기 식당들은 산란노계를 살이 많고 부드러운 육계로 대체한다. 동시에 조리법도 석쇠 구이에서 철판에 닭고기와 채소를 푸짐하게 볶아 먹는 형태로 바뀌면서 사랑 받게 된다. 식당 주인들은 이전 닭불고기와 차별화하기 위해 음식 이름을 닭갈비로 바꾼다. 1973년 춘천 소양강댐이 준공되면서 춘천이 관광명소가 됐고, 닭갈비는 춘천 대표 음식으로 유명해진다. 닭갈비는 1980년대 춘천을 넘어 전국적인 외식으로 발돋움한다.

◇ 저렴한 가격에 쫄깃한 식감으로 명맥 이어간 평택 폐닭

경기도 평택시와 안성군 경계 양계장이 많던 동네에 폐닭을 이용한 음식 문화가 1980년대 초반 생겨난다. 폐닭은 ‘폐사 시키는 닭’이란 의미로, 산란노계의 다른 말이다. 2개의 군(郡)(과거 평택은 군이었음)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군계닭으로도 부른다.

평택의 폐계닭은 압력솥에 찐 후 고춧가루와 마늘, 감자, 양파 등의 양념을 첨가해 볶는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도 있어 마니아들이 많다.

◇ 겨울철 별미였던 삼계탕, 88올림픽 이후 ‘보신탕' 대체하는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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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용 닭도 지역마다 선호하는 크기가 다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450g~500g, 대전 및 중부지역은 500g, 부산과 광주광역시는 350g~400g, 마산 300g~350g 소형을 선호한다./조선일보DB

1956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지금 먹는 삼계탕과 거의 흡사한 ‘계삼탕’ 조리법이 등장한다. ‘계삼탕-삼복 더위에는 계삼탕을 먹으면 원기가 있고 또 연중에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여 사람들은 많이들 먹는다. 계삼탕이란 닭을 잡아 털을 뽑고 배를 따서 창자를 낸 뒤 그 속에 인삼과 찹쌀 한 홉 대추를 넣어서 푹 고아서 그 국물을 먹는 것이다.’

삼계탕 대중화는 시간이 걸렸다. 1960년대 이전까지 인삼은 정부가 생산과 유통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전매품이었다. 정부는 수삼(인삼)의 일반 판매를 금지했고, 인삼은 대부분 가루 형태로만 유통됐다. 1960년대 수삼(水蔘)이 판매가 허용되자 상인들은 계삼탕보다 인삼에 방점을 둔 삼계탕이란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면서 시작했다.

삼계탕용 닭은 35~40일 키워 450~500g 나가는 어린 닭을 사용한다. 1970년대 삼계탕은 웅추를 주로 사용했다. 웅추는 달걀을 낳지 못해 가치가 없는 산란계 수컷 병아리를 말한다. 1980년대 이후에는 ‘백세미’가 주종을 이룬다. 백세미는 산란계와 육계의 교배종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원래 삼계탕은 겨울에 먹던 음식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때문에 정부는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인 개고기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삼계탕이 대표 여름 보양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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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배는 한국, 중국, 일본 음식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고 글로 쓰고 있는 음식칼럼니스트다. 조선일보, 주간동아, 음식전문지 쿠켄 등에 오랫동안 음식 칼럼을 연재해왔다. ‘박정배의 음식강산’ 시리즈 3권 등 다양한 음식 책을 냈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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