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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비밀리에 망명계획 논의… 부인이 ‘상황 악화 대비’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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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1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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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물론, 국외에서까지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해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측이 비밀리에 망명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은 일단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권좌를 지키고 있지만, 향후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 네 명을 인용, 마두로 대통령 측이 갑작스런 퇴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권유로 비상계획, 이른바 ‘플랜B’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만약 실각한다 해도 베트남의 게릴라처럼 자국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그간 공언과는 배치되는 행보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국 혼란에 따른 망명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한 쿠데타로 나를 축출하려 하지만, 나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해외로 떠나는 걸 바라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선 마두로가 국외에 머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기꺼이 반길 국가는 쿠바와 러시아 등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에이브럼스 특사는 또, 러시아나 쿠바가 아닌 일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해 정권 이양을 도운 마두로 정권 인사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도 밝혔다.

망명 후보지로는 쿠바와 러시아, 터키, 멕시코 등이 꼽힌다. 먼저 쿠바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사회주의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1순위로 거론된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원유를 거의 무상이나 마찬가지로 제공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석유 부문 투자 등으로 베네수엘라와 밀접한 관계인 러시아와 터키도 후안 과이도 임시의장의 ‘셀프 임시대통령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등 미국 주도의 ‘마두로 퇴진’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좌파 정권이 출범한 멕시코 또한 불간섭주의를 앞세워 베네수엘라 사태에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멕시코는 다른 나라의 쫓겨난 전직 대통령들을 받아들인 전례도 있다. 다만 멕시코 외교부는 “우리 정부와 마두로 행정부 사이에 망명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과 지지 국가들 쪽에선 이 같은 마두로 대통령의 국외 도피설 보도가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언론을 활용해 마두로 정권 내에 공포와 불안을 확산시켜 내분을 유도하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쿠바의 경우, 미국의 제재 재개 우려 등으로 인해 마두로의 망명은 즉각 이뤄지기 힘들다는 관측이 있다. 모스크바 역시 마두로 선호하는 지역이 아닌 데다, 크렘린궁도 과이도 의장 이외의 명확한 대안이 없는 이상 마두로가 해외로 떠나는 걸 방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