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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 100년 전 할아버지가 캐디한 곳에서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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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이 우승을 확정한 후 캐디를 한 동생 팀 미켈슨과 포옹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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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미국)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끝난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19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49세의 노장 미켈슨에겐 의미 있는 우승이다. 마지막 홀 버디로 19언더파가 된 것이 더 특별했다.

미켈슨의 외할아버지는 딱 100년 전인 1919년 페블비치 골프장이 문을 열 때부터 캐디를 했다. 당시 만 11세였다. 외할아버지 알 산토스의 가족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페블비치가 있는 몬터레이 반도에서 고기를 잡았다. 외할아버지는 한 라운드에 캐디피 35센트를 받았고 팁으로 10센트를 더 받으면 행운의 날이었다. 알 산토스는 이 돈으로 곤궁한 가족의 살림을 도왔다.

외할아버지는 1900년에 발행된 1달러짜리 동전을 행운의 동전으로 여겼다. 가난하다고 느낄 때마다 동전을 문지르는 버릇이 있었다. 또 아무리 배가 고파도 1달러 동전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골프를 하는 외손자 미켈슨에게 이 동전을 물려줬다. 물론 미켈슨도 이 동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켈슨은 "할아버지가 쓰던 것일 뿐만 아니라, 골프의 상금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게 해주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미켈슨은 모조 동전을 만들어 그린에서 공 자리를 표시하는 마커로 쓴다. 그러나 페블비치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만은 모조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주신 진짜 동전을 사용한다.

승리가 확정되자 미켈슨은 은색 동전을 꺼내서 자신의 가방을 멘 동생 팀 미켈슨에게 보여줬다. 형제는 미소를 지으며 의미를 되새겼다. 미켈슨은 “이 골프장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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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이 사용한 것과 같은 1달러 동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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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슨은 "할아버지는 초창기 페블비치 골프장에 대한 얘기를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페블비치에서 5번 우승했다. 마크 오메라와 대회 최다 우승자 타이다.

외할아버지 생전, 미켈슨은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깃발을 챙겨 선물로 가져다 드렸다. 그러나 미켈슨은 많은 우승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우승은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일반 대회 말고, 메이저 우승 깃발을 보고 싶다”고 했다.

외할아버지는 미켈슨이 첫 메이저 우승(2004년 마스터스)을 거두기 한 달 전인 2004년 3월 세상을 떠났다.

미켈슨은 메이저대회 5승을 했다. 그러나 US오픈에서는 우승을 못했다. 2위를 6번 하는 등 불운이 잇따랐다. 그래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US오픈은 6월 페블비치에서 열린다. 딱 100년 전 할아버지가 캐디를 시작한 할아버지의 영혼이 있는 페블비치에서 행운의 동전이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잭 니클러스, 타이거 우즈 등 5명만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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