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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개인정보 해킹 우려" EU, 키즈폰 리콜...한국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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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 전자업체의 키즈용 스마트워치에서 보안 취약성이 발견되자 유럽연합(EU)이 역내 출시된 해당 제품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이 제품은 서드파티 앱을 통해 위치·통화내역 등 개인 정보가 해킹될 수 있는 허점이 발견됐다. 어린이 위치나 통화내역이 해킹될 경우 납치 같은 아동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통신 3사를 통해 키즈폰 같은 키즈용 스마트기기가 상당수 보급돼 있다. 통신 3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국내 키즈폰 가입자는 17만6000여명이다. 국내 출시된 키즈폰이 문제가 된 독일 제품처럼 보안 취약점이 있다면 20만여명에 가까운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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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자업체 ‘이녹스’에서 판매 중인 ‘세이프키드원’ 스마트워치. /이녹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EU 측은 7일(현지 시각) 유럽 시장에 출시된 독일 전자업체 ‘이녹스’의 ‘세이프키드원(Safe-Kid-One)’ 스마트워치에 대해 "리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보상 계획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 시장에 출시된 키즈용 스마트워치에 대한 리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스마트워치 제품에는 위성항법장치(GPS) 추적장치와 마이크로폰 스피커가 탑재됐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움직임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거나, 아이와 통화할 수 있다.

앞서 4일(현지 시각) 유럽 긴급경보시스템(RAPEX) 측이 "서드파티 앱을 통해 아이들의 위치나 통화 목록 등이 해킹 당할 수 있는 취약점이 세이프키드원 스마트워치에서 발견됐다"고 경고하면서 EU 측의 리콜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긴급경보시스템은 유럽 연합 국가간 소비자 제품 관련 위해 정보가 공유되는 시스템이다.

키즈용 스마트기기가 해킹돼 아동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돼 왔다. 기존 소프트웨어를 키즈용으로 변경·활용하는 과정에서 보안성이 취약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에서는 2017년부터 도청 위험을 이유로 키즈용 스마트워치 판매를 금지해 왔다. 미국 미연방수사국(FBI)도 인터넷이 연결된 키즈용 스마트기기의 보안 취약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키즈폰 같은 키즈용 스마트기기의 보안 우려가 나온다. 국내의 경우 키즈용 스마트기기는 대부분 통신사의 협력 업체를 통해 만들어 진다. 일각에서는 기술력 부족을 이유로 해킹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마트폰제조업계 관계자는 "키즈용 스마트기기 제조의 경우 통신사의 협력 업체에서 제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기술력이 부족해 기존 소프트웨어를 키즈용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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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경보시스템에 보고된 이녹스의 키즈용 스마트워치 ‘세이프키드원’. /EU 긴급경보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키즈용 스마트기기 업계는 소프트웨어 보안성 강화를 위해 여러가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핀플레이가 출시하는 키즈폰의 경우 위치수집·문자전송을 할 때 글로벌 보안 표준 기술을 활용해 이중 암호화 처리를 한다. 소프트웨어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해킹이 어려운 클라우드 서비스도 활용한다. 기존 안드로이드 앱을 그대로 써 해킹 우려도 적다.

키즈용 스마트기기 업계 관계자는 "2017년부터 해외에서 키즈용 기기에 대한 보안 취약성 우려가 지적되면서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 보안 검사 절차를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안성 우려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글로벌 보안 표준 기술을 활용해 보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이미 안전성이 인증된 안드로이드 앱을 그대로 써 해킹 우려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중소기업 같은 하청 업체의 인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보안성 검토를 잘 하면 해킹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킹이 어려운 클라우드 서비스나 이중 암호화 시스템을 활용하면 무리 없다는 설명이다.

사이버전 악성코드 추적연구그룹 ‘이슈메이커스랩’ 창립자인 최상명 파운더는 "보통 대기업의 경우 보안성 검토 같은 절차가 잘 돼 있고 중소기업들이 그런 면에서는 부족할 순 있다"며 "하지만 무조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보안이 취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기존 소프트웨어에 강화된 보안성 절차를 통해 제품을 만든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보안 논란까지 겹치면서 키즈용 스마트기기 시장이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키즈폰은 잦은 고장으로 인한 내구성 문제가 자주 제기돼 왔다. 한 키즈폰 가입자의 사례를 보면 키즈폰 GPS 오류 때문에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가 앱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환불·해지 절차도 복잡해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고장날 경우 애프터서비스 센터가 큰 지역마다 한 곳에 불과해 10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키즈 산업은 2002년 8조원·2018년 4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키즈용 스마트기기가 기존 스마트기기와의 차별성 부족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성장 동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키즈폰만의 장점이 사라지고 차라리 조금 더 비싼 스마트폰을 사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키즈폰뿐 아니라 키즈용 스마트워치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키즈용 스마트기기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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