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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 만들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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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비하 끊이지 않지만

현행법상 명예훼손 처벌 어려워

“표현 자유 아닌 명백한 역사 왜곡”

‘나치 옹호’ 처벌하는 유럽처럼

“역사 부인죄 신설”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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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비하하는 행위와 관련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등 나치 범죄 부인 행위를 처벌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극우 논객들의 ‘5·18 북한군 개입설’에 제1야당의 현역 국회의원까지 동조하고 나서면서, 더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악의적 역사 왜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4면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비하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을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김 의원 등이 국민을 기만하고 모욕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5·18 광주 폭동”(이종명)이나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김순례) 같은 발언은,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특정될 수 있어 명예훼손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선 이번 기회에 ‘북한군 개입설’ 등 5·18을 폄훼·왜곡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법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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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2008년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5·18 당시 북한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인 작전 지휘를 했다’고 주장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등)로 기소됐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법원은 지씨 글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지만,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판결은 누구든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5·18을 비하·왜곡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면책 판례’가 됐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거나 나치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에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1985년 형법 제130조 3항 규정을 통해 ‘홀로코스트 부인’을 금지하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할 경우 희생자와 가족들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소수자를 상대로 한 범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프랑스도 1990년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 혐오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 형태로 나치 학살 부인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홀로코스트가 반인륜 범죄라는 점도 나치 범죄 옹호를 단호히 처벌하는 이유다.

앞서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5·18 등 역사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몇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새로운 규제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11일 “몇몇 극우 논객이 5·18을 비하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역사부인죄라는 별도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다만 “이 문제는 5·18 유가족에게 또다시 고통을 준다는 점, 호남이라는 특정 지역민에 대한 차별·혐오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학자들 사이에선 독일처럼 형법에 별도의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것보다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5·18 특별법에 처벌 조항을 삽입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왜곡·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벌칙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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