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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인들 명소 ‘옥류동’ 바위글씨 60년 만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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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등 문인들 시·그림 나누던 곳

60년 전에 찍은 사진으로만 존재 알려져

서울시, 바위글씨 등록 문화재 지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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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서울 역사 연구가 김영상 선생이 찍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옥류동’ 바위 글씨가 60년 만에 재발견됐다. 옥류동은 옥인동의 조선 때 이름인데, 일제가 옥류동과 인왕동을 합해 옥인동이란 새 이름을 지으면서 사라졌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인 종로구 옥인1구역에서 발견된 옥류동 바위 글씨를 시 문화재로 지정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바위 글씨는 김영상 선생이 1950년대에 사진을 찍어 1989년 출판한 책 <서울 육백년>에 실으면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옥인동 일대가 막개발되면서 사라져 그 위치를 알지 못했다. 최근 동호회 ‘한국산서회 인문산행팀’이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바위 능선에서 60여년 만에 재발견했다. 이 바위 글씨를 쓴 사람은 우암 송시열로 알려져 있으나, 김상헌의 후손으로 이 일대에 살았던 김수흥, 김창협의 글씨라는 주장도 있어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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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세기 옥류동은 조선 후기 최대의 권력 가문인 ‘장동 김씨’(신안동 김씨)들의 집과 별장이 지어진 곳이며, 당대 사대부나 중인들의 문학모임인 시사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또 진경산수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살면서 ‘장동(서촌)팔경첩’을 여럿 남기기도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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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송석원시사는 중인이었던 천수경이 주도했으며, 지금의 종로구 옥인동 일대에서 벌어졌다. 사대부와 중인 문인들은 천수경의 집이나 별장이 있었던 송석원 부근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지었다. 옥류동 부근 월성위궁에 살았던 추사 김정희도 품평인으로 모임에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대 최고 화가였던 이인문과 김홍도는 송석원시사의 모임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 이후 일제 때에 송석원 터엔 순종의 둘째 부인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친일파 윤덕영의 전통 가옥과 ‘한양 아방궁’으로 불렸던 프랑스풍 3층 대저택인 벽수산장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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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문의 송석원시사 그림에 바위에 새겨진 ‘송석원’이라는 글씨는 추사 김정희가 쓴 것이다. 이후 이 송석원이란 글씨 옆엔 ‘벽수산장’이라는 글씨가 새로 새겨졌다. 송석원 터에 벽수산장이 들어선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다. 이 송석원 글씨도 현재는 사라졌는데, 벽수산장의 부속 건물 가운데 하나인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부근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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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통의도시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옥류동의 ‘옥류’는 바위 위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나는데, 그게 마치 옥구슬 흘러가는 소리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며 “‘옥류동’ 바위 글씨는 직접 보지 못해 지금까지 누가 쓴 것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옥류동’ 바위 글씨를 발견한 것에 그치지 말고,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나서 추사 김정희의 ‘송석원’ 글씨 등 다른 역사 유적들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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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옥인동 일대는 2007년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이 지역의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들이나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반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해왔다. 결국 지난해 3월 서울시는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옥인1구역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했고, 지난해 11월 역사문화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로 주민·재개발조합과 합의했다. 시는 옥류동·송석원 바위글씨뿐 아니라 청휘각 터, 가재우물, 윤덕영 한옥 등 역사 유적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한 곳은 매입해 보존·관리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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