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법관 블랙리스트'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사회문제 의견 표명 판사들에 문책성 인사
근무평정 요소 다양해 무죄 가능성도
檢, 양 전 대법원장 지시→보복인사 입증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과 안태근 전 검사장은 모두 후배 법관과 검사에 대해 인사 원칙을 위반한 '보복 인사'를 가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있다. 법원은 안 전 검사장에게 지난달 23일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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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47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핵심 혐의 중 하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해당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문책성 인사를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월호 특별법 등에 공개 의견을 표명하고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 대법원 정책을 비판했던 판사들에게 1지망 인사 배제 등 인사보복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조직법과 법관 인사원칙에 따르면 법관 평정 때 정치적 의견 표명 등은 평정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특정 판사들을 대상으로 인사 불이익을 지시한 객관적 물증과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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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검찰보다 넓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실제 이뤄진 인사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인사권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인사권자의 재량(裁量)"이라며 "어디까지가 권한이고 어디부터가 보복인지 나누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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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은 이를 위해 재판에서 전현직 판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법정에서 채택된 증인이 양 전 대법원장 지시 외에 다른 요소가 고려된 인사 조치였다고 밝힌다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적시한 판사들 중 일부는 조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지망 배제 원칙이 적용된 판사들이 2지망에 배정된 경우에도 '문책성 인사'라 판단했는데 서범석 변호사(대한변협 수석대변인)는 "보복성 인사인지에 대한 선명성이 약해보인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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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이 "법관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정당한 비판 및 독립된 재판을 억압했다"고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의 박판규 변호사(법무법인 현진)는 "판사들이 양 전 대법원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는 이유로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며 "일부 당사자가 불이익이라 느끼지 않았더라도 원칙을 어긴 인사권 남용"이라 지적했다.
또다른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관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억압하고 인사 보복까지 했기에 혐의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던 지난달 23일 유사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의 판결은 검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지현 인사 불이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2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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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증거가 없어 검찰 내부에서도 무죄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직권남용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안 전 검사장의 인사 권한은 좁게 해석해 다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검찰이 구형한 2년형을 그대로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심사에 입회했던 신봉수 부장검사 등 검찰측은 선고 직후 안 전 검사장의 사례를 들며 양 전 대법원장을 몰아붙였다.
안 전 검사장은 검사 1명에 대해 인사조치였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더 많은 판사에게 인사 보복을 했으니 "범죄 혐의도 더 중대하다"는 논리였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안 전 검사장 판결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판결의 기준이 되긴 어렵다"며 "양 전 대법원장은 안 전 검사장과 달리 법관 인사를 총괄하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이라 법원이 판단하는 인사권의 범위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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