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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접착식 좋은데” 페트병 라벨 부착방식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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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물에 녹는 접착식 권장

국내 재활용업계 세척 공정은

비접착식 분리가 오히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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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라벨을 붙인 한 음료회사의 페트병에는 절취선이 있어 손으로 쉽게 라벨을 떼어낼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최근 국내에는 세척 시 페트병과 함께 물에 가라 앉는 ‘비접착식 라벨’ 페트병만 개발됐다면서 재활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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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절취선을 따라 라벨을 벗길 수 있는 페트병들이 국내에 대거 선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페트병은 그 동안 재활용이 어려워 폐비닐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당시 라벨을 접착제로 부착,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비(非) 접착식 라벨’을 붙여 손으로 라벨을 떼내기 쉬운 페트병이 통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환경부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접착식 라벨의 문제를 인정하고,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절취선 라벨 이용을 촉진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달 17일 예고한‘포장재의 재질ㆍ구조 재활용 용이성 등급 기준’ 고시 개정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정안은 비중 1이상(물에 가라 앉는) 비접착식 라벨을 붙인 페트병은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하고, 비중 1 미만(물에 떠서 분리가 잘 되는) 수(水)분리성 접착제를 붙인 페트병은 ‘재활용 우수’로 분류하는 내용이다. 이에 접착제를 사용한 페트병은 재활용 우수등급이 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페트병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으로 지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비접착식 라벨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분리성 접착제라고 하지만 90도의 온도에서 수산화나트륨과 반응해 라벨이 분리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특정한 조건에서만 분리가 되는 접착식을 권장하고 비접착식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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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페트병에 비접착식 라벨을 붙여 손으로 쉽게 라벨을 떼어낼 수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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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는 현재 재활용 업자들의 세척공정과 시설 상황을 고려했다며 입장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스나 간장, 식초 등을 담은 용기는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세척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때 수분리성 접착식 라벨이 제거된다는 게 환경부의 논리다. 또한 국내에는 비접착식 라벨을 제거할 수 있는 풍력선별기를 갖춘 재활용업체가 소수인데다, 이를 활용해도 비접착제 라벨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부도 비접착식 라벨이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과장은 “비중 1 미만 비접착식 라벨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기술개발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일 수분리성이 높은 비접착식 라벨을 개발하는 업체가 나올 경우 이를 최우수 등급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접착식 라벨에도 절취선을 넣도록 해 소비자들의 라벨 탈착을 유도하겠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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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잘 분리되는 비접착식 라벨 사용이 최선이라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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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수분리성이 높은 비중 1 미만 비접착식 라벨 사용이 최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번 환경부 고시는 비중 1 미만 비접착식 라벨 활용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비접착식 라벨을 사용해도 소비자들이 라벨을 제거한 후 페트병을 버리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라벨을 떼서 페트병을 버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문제도 제기됐다. 비접착식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페트병을 버리면 현재 세척공정 시스템으로는 오히려 분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현 시스템과 기술적 여건으로는 우선 수분리성 접착식 라벨을 사용해 재생페트병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접착식 라벨을 사용을 최소화하고, 라벨을 분리해 버리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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