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0535833 0362019021250535833 03 0301001 5.18.20-RELEASE 36 한국일보 0

전셋값 뚝뚝... ‘갭투자 부메랑’ 오나

글자크기
‘갭투자 성지’ 성북ㆍ동대문구 전세가율 1년 만에 14%P 급락

보증금 반환 위해 추가자금 필요… 대출 규제로 세입자 피해 우려
한국일보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가격을 조정한 시세표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 주인 A씨는 2017년 5억원의 전세를 끼고 6억5,000만원에 이 집을 샀다. 오는 6월 전세계약이 끝나면 A씨는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A씨는 “현재 전세 시세가 4억6,0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인근에 헬리오시티가 들어서면서 세입자 구하기 쉽지 않다”며 “4,000만원을 급히 끌어와 얹어 주고라도 지금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지난 수년간 부동산 재테크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갭 투자’ 전성시대도 급격히 저물고 있다.

◇80→60%대로 급락한 전세가율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최근 지속적인 하락 추세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59.4%ㆍKB부동산 기준)은 5년 3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낮아지면 집값 상승기 이른바 ‘갭 투자’를 했던 집주인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갭 투자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금 간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사는 투자 방식이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상승기에, 불과 수백만~수천만원의 자금만으로도 집을 사 쏠쏠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1년간 투기과열지구에서 거래된 주택 12만4,000여건 가운데 갭 투자 목적 구입 비율은 34%(4만2,000건)에 달했다. 특히 한 때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등은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집값의 20%만 가져도 집과 세입자를 한번에 구할 수 있는 ‘갭 투자의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 전세가율은 1년 만에 60%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럴 경우 갭 투자를 했던 집주인은 새 세입자의 보증금에 추가로 자금을 더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전세금이 외환위기 때처럼 20% 떨어지면 집주인의 7.2%는 신용대출을, 14.5%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10명 중 1명은 대출 없이는 종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자치구별 전세가율_신동준 기자


◇피해는 세입자 몫

지금도 이미 각종 주택대출 규제로 돈을 빌릴 통로가 막히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보증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법원에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건수도 부쩍 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임차인이 법원에 아파트 강제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221건으로, 2015년(153건), 2016년(141건)보다 약 1.5배나 많았다.

이마저도 전세보증금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돼야 전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낙찰 가격이 채권청구액보다 낮은 아파트 경매 건수도 크게 늘어 2016년 985건, 2017년 952건에서 지난해 1,434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깡통전세’ 가능성은 적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전셋값 하락폭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갭 투자를 한 경우 하루 빨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거나 매도를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각에선 갭 투자에 따른 위험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우려는 적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부터 강화된 대출규제로 자금력이 있는 사람 위주로 갭 투자를 해온 만큼 이들은 전세가 떨어져서 돈을 돌려줘야 할 때 다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