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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Life] 꾸준한 '불효소송'… 자식의 기본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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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들이 연락 끊은건 불효… 아버지가 준 돈 모두 돌려줘라"

조선일보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최근 배우 신동욱씨의 할아버지가 신씨를 상대로 낸 '불효(不孝) 소송'이 화제가 됐다. 손자 신씨가 효도를 하겠다고 해서 자신의 땅을 물려줬는데 이후 연락도 끊기는 등 '효도 사기'를 당했다며 땅을 돌려 달라고 했다. 최근 신씨 할아버지가 "손자를 오해했었다"며 소송을 취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같은 '불효 소송'은 꾸준히 법원에 접수되고 있다.

신씨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윤모씨는 2010년 아들이 결혼하자 집을 사주고 식당도 차려줬다. 곧 갈등이 생겼다. 윤씨가 며느리를 혼낼 때마다 아들이 며느리 편을 들었다는 이유였다. 윤씨는 "족보에서 너를 파버리겠다"고 했다. 이후 4년간 둘은 연락을 끊었다.

부자(父子)는 2016년 화해했다. 윤씨는 아들이 아파트를 산다고 하자 3억6000만원을 보태줬다. 현금도 1억원 건넸다. 그런데 이번엔 '효도 각서'를 쓰게 했다. '자식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돈을 반환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윤씨가 실소유한 식당에서 일하던 아들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윤씨는 격분해 아들 뺨을 때리고 폭언했다. 아들은 또 연락을 끊었다. 윤씨는 '내 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윤씨가 준 돈을 모두 돌려주라며 아버지 손을 들어줬다. 1년 넘게 연락을 끊은 건 자식의 기본 도리조차 지키지 않은 불효라는 취지였다.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다는 효도 각서에도 위반된다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욕하고 때린 게 근본 원인"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그렇더라도 기본적인 의무는 해야 한다"고 했다.

윤씨 같은 사례는 드물다. 이런 '불효 소송'에서 부모가 이기려면 자식이 효도를 하는 조건으로 재산을 떼어 줬다는 것을 부모가 입증해야 한다. 구체적인 '효도 조건'을 명시한 각서가 있으면 부모가 유리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각서를 쓰게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부모가 대부분 패소하는 큰 이유다. 송명호 변호사는 "부모 승소율은 10~15%에 불과하다"고 했다.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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