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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부터 양말까지 꾸민다… 인형놀이도 내 자식 키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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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관절인형, 고급 취미로 각광

20만~80만원 수준으로 비싸지만 매일 다른 옷 입히고 화장해주며 '소확행' 찾는 젊은 층에 인기

직장인 윤수영(33)씨 취미는 퇴근 후 양말 쇼핑이다. 윤씨 자신이 아닌 인형을 위해 매일 밤 양말과 옷, 화장품을 주문한다. 윤씨는 50㎝ 크기의 '구체관절인형'을 들어 보이며 "혼자 사는 내겐 가족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구체관절인형'이 새로운 취미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체관절인형은 관절마다 둥근 구체로 이어져 자유롭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인형. 온라인 쇼핑 업체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구체관절인형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8% 늘었다. 지난해에도 2배 이상 증가해 2년 동안 13배 가까이 폭증했다.

조선일보

구체관절인형 행사에 전시된 인형과 소품. /돌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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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관절인형의 장점은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매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다. 눈동자 색깔과 화장도 소비자가 취향 따라 꾸민다. 구매자들은 자신의 손으로 탄생시킨 인형이 "꼭 내 자식 같다"고 말한다.

구체관절인형은 원래 '미술 학습 도구'로 개발됐다. 독일 출신 초현실주의 조형 미술가 '한스 벨머'가 관절부를 구체로 형성한 인형을 만들어 인체를 표현한 것이 시초. 미술학도들 사이 널리 쓰이던 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의 '고(高)퀄리티' 취미용 인형이 됐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가격의 하락과 관계있다는 분석이다. 처음 국내에 소개된 30여 년 전만 해도 제작이 오래 걸려 개당 가격이 500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국내에도 제작사가 생기면서 20만~8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여전히 부담되는 금액이지만 매일 다른 옷을 입히고 다른 화장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직장인들 취향에 맞아떨어졌다.

인형 제작에 직접 나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인형 공방 '아트돌 스튜디오'에서는 1주일에 네 번 인형 만들기 수업이 열린다. 수강생만 30여 명. 구체관절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 3개월에서 길게는 반년이 걸리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3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박준서 대표는 "퇴근 후 취미 활동으로 즐기러 오는 직장인이 많다"고 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구체관절인형의 인기는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개당 1000~2000원으로 살 수 있는 '종이 구체관절인형'이 유행하고 있다. 기존의 평면 종이인형에 팔꿈치와 무릎 등 일부분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튜브가 촉진제 역할을 했다. 한 유명 유튜버의 구체관절인형 개봉 영상이 3개월 만에 90만 조회 수를 돌파하는 등 관련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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