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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오일에 톡 찍으니… 이것이 '인생돈카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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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메카쓰

올리브오일·식용유 섞어 튀기고 히말라야 소금·유자 후추까지…

일본보다 정교해진 한국 돈카쓰 "빵가루 하나까지 직접 만들죠"

일본식 '돈카쓰(豚カツ)'를 즐기는 브랜드 컨설턴트 최원석(42)씨는 "제대로 만든 일본식 돈카쓰라면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고 했다. "육즙이 터져 나오는 고기, 완벽하게 바삭한 튀김, 그리고 제대로 된 소스죠." 기본 중 기본이지만, 이를 지켜내는 집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최씨는 "그래도 요즘 한국에도 이런 집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파인 튜닝(fine-tuning)'을 하는 집이 늘었어요.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서울 돈카쓰의 진화. 국내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새롭게 무장한 우리나라 돈카쓰를 두고 '고메카쓰(Gourmet+カツ)'라고 부른다. 달큰한 소스를 부은 눅진한 경양식풍 돈카쓰가 1세대, 서울 강남의 '정돈'이나 을지로 '안즈'로 대표되는 2세대 격의 '프리미엄 돈카쓰' 시대를 지나, 최근엔 돈카쓰의 본고장인 일본보다 정교하게 맛에 신경을 쓰는 '고메카쓰'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기를 튀겨내는 온도와 기름은 물론이고 빵가루와 소금·후추까지 신경 써서 마지막까지 남다른 풍미를 완성한다. 소셜미디어에선 '#인생돈카쓰' 혹은 '#돈카쓰만렙식당' 등으로 불리며 소문이 났다.

◇빵가루부터 밑간까지 다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돈카츠윤석'은 가게를 연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연일 줄이 길게 늘어선다. 반백의 최윤석(54) 셰프는 "빵가루부터 직접 만든다"고 했다. '바(bar)' 형태의 좌석에 앉으면 셰프가 식빵을 기계에 갈아 빵가루를 만드는 것부터 고기에 밀가루·달걀물·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겨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튀김기가 아닌 커다란 구리냄비에 넣고 돈카쓰를 튀겨내는 것도 특징. 더 바삭하고 섬세하게 튀겨진다. 기름은 올리브 오일과 식용유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쓴다. 히말라야 소금과 트러플 오일, 유자후추와 일반 돈카쓰 소스 네 가지 중 골라 찍어 먹는다. 트러플 오일에 찍어 먹었더니 돈카쓰 특유의 풍미가 한껏 살아났다. 유자후추에 찍어 먹었을 땐 매콤하고 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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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흥동 '돈카츠윤석'의 대표 메뉴 '히레카쓰'. 두툼한 돼지고기 안심을 바삭하게 튀겨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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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두 장은 주인장이 고기에 직접 만든 빵가루를 입히고 튀기는 것을 찍은 것. 이곳 바(bar) 자리에 앉으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오른쪽 끝 사진은 서울 신사동 '폴스타'가 내놓는 '카쓰 산도'. /이태경 기자·인스타그램 @kingking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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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2000년대 후반 홍대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다가 재작년 가게를 정리하고 일본으로 돈카쓰 기행을 떠났다. 손꼽히는 일본 돈카쓰 맛집을 모두 다니면서 돈카쓰도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돈까스 맛만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신설동의 '즐거운맛돈까스'도 강북을 대표하는 고메카쓰로 꼽히는 곳. 수유동에 있다가 최근 자리를 옮겼다. 두툼하고 폭신한 히레카쓰가 인기다. 육즙 넘치는 고기맛을 즐기기 위해 소금을 찍어 먹을 것을 권하는 곳. 아이를 데려갈 수도 없는 노키즈 존이고 4인 이상은 예약도 안 되지만 인기가 꾸준하다.

◇돈카쓰로 오마카세도

다음 달 초 문 여는 서울 장안동 '콘반(魂飯)'은 벌써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을 타고 있다. 지금은 주위 아는 사람들 위주로만 서비스하는 '테스트 기간'. 그런데도 예약 문의가 계속 밀려드는 중이다. 직접 만든 '소금 누룩'으로 고기를 재우고 밑간하는 게 특징. 국내산 돼지고기와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든 돈카쓰로 정식을 낸다. 가(假)오픈 기간에 메인 메뉴를 조금씩 맛볼 수 있게 '오마카세(주방장이 알아서 음식을 내놓는다는 뜻)'로 선보이자 반응이 뜨거웠다. 대표 이정재(36)씨는 "돈카쓰 오마카세 메뉴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맛본 '카쓰 산도(돈카쓰 샌드위치)'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강남구 신사동의 '폴스타'도 유명하다. 도쿄 긴자의 바에서 안주로 내놓는 카쓰 산도의 맛을 재현했다. 직장인 홍경재(29)씨는 "부드러운 식빵에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이 일본 부럽지 않다"고 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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