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豚 아이템, 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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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먹방 스타 돼지 '핑돼', 돼지 꼬리 본뜬 롱샴 가방

디즈니 '아기돼지 삼형제'를 셔츠·가방에 장식한 구찌… 돼지해 맞아 전세계서 열풍

이젠 '돼지 팔자가 상팔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야무지게 '찹찹'거리며 먹는 소리 하나로 유튜브 10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국내 패션 화보까지 찍은 '스타 돼지' 핑돼, 2019 뉴욕 패션쇼 무대를 연 '패션 돼지' 휘슬,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지난해 10월 입양하자마자 인스타그램 팔로어 62만명을 넘긴 '치유 돼지(therapy pig)' 피기 스몰즈….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콧등에 잔주름을 만들어 '꾸어엉'대거나, 꼬리를 살랑대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걷는 치명적인 뒤태까지, 팬들은 이 돼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넋 놓고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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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소재로 한 구찌 화보(왼쪽). ①돼지띠에서 영감 받은 피아제 알티플라노 38㎜ 시계 ②기념품용으로 한정 제작된 MCM 골든 윙 피그. ③헤라의 골든 피그 컬렉션 쿠션 팩트. ④돼지와 늑대가 그려진 구찌의 아기돼지 삼형제 니트. ⑤돼지띠를 겨냥한 보테가베네타의 커프링크스. /구찌·피아제·MCM·헤라·보테가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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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돼지들의 탄생만큼이나 올해 돼지띠를 맞아 '스타 돼지 상품'을 키워내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돼지 꼬리에서 영감 받은 롱샴의 가방은 내놓자마자 전 세계 동났고, MCM과 보테가 베네타에서 선보인 키링 같은 소품 역시 밸런타인데이 특수까지 겹쳐 인기다. 국내 화장품 아모레퍼시픽의 헤라가 선보인 황금 돼지 화장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매체 등에서 '추천' 제품 목록에 올랐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피아제가 "돼지띠는 정직하고 너그러우며, 활동적인 성향을 지녔다"라면서 칠보 세공으로 돼지를 조각한 시계는 미국 포브스가 꼽은 '올해의 럭셔리 돼지' 중 하나에 올랐다.

최근 패션계에선 동물 디자인에 예술성과 사회적 해석을 한층 가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찌가 '노아의 방주'에서 착안해 선보인 2019 크루즈 상품들. 영국의 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분홍 돼지를 안고 숲속을 거니는 장면을 비롯해, 사람 크기만 한 돼지 등 동물과 인간이 서로 어우러져 거대한 방주 위에 오르는 모습은 인류와 함께하는 마지막 종족에 대한 헌사 같았다. 최근엔 월트 디즈니의 영화 '아기돼지 삼형제'(1933) 속 캐릭터로 티셔츠, 가방 등을 장식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듯하다.

풍요와 다산(多産)을 상징하던 돼지는 최근 중국에서 '저항'의 아이콘으로도 급부상했다. 2004년 영국에서 첫 방송 된 아동용 애니메이션 '페파피그'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유쿠를 통해 알려진 뒤 지금까지 140억뷰를 기록하며 특히 1020세대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페파피그 의상은 기성세대에 반하는 '하위문화'의 동의어가 됐다. 오프화이트나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 티셔츠에 페파피그가 새겨진 '짝퉁' 제품까지도 비주류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개성을 나타내며 물질 만능주의가 갖는 허상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윈스턴 처칠이 "개는 우리를 우러러보고, 고양이는 우릴 얕잡아 보지만, 돼지는 우리를 동등하게 대한다"고 말한 것처럼 돼지도 대접받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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