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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편 윤한덕, 식사하다가도 쓰러져 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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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한덕 센터장 부인 첫 인터뷰

일요일 저녁 7시 집에 들어와

식사하다가도 쓰러져 잠들던 남편

돈 욕심 없어 결혼 후 줄곧 전세살이

애들과 시간 못 보내 미안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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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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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근무 중 숨진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부인 민모(51)씨는 “남편이 집에 안 와서 속옷을 싸서 병원에 갖다주곤 했다. 병원에 가도 바빠서 나오지 못해서 항상 차에 넣어두고 돌아섰다”며 “2주 연속 집에 못 오게 된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놨다니까 올듯 하더니만 결국 못 왔다. 그리 좋아하던 미역국인데”라며 비통해했다.

민씨는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윤 센터장을 잃은 심경을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 마지막으로 통화했나요.

“둘째 아이(17) 고교 발표한 1일 밤이었요. 큰 애(23) 다닌 고교를 지망했는데, 안 된 거에요. 카톡으로 ‘거기 안됐다’고 전하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평소에 카톡 잘 안 보는 사람인데. 남편은 ‘어쩔 수 없지’라며 둘째와 통화하면서 위로하려 했는데, 애가 없어서 못 했어요. 그게 참….”

-애들이 충격이 컸을텐데요.

“남편은 애들에 관심이 진짜 많았어요. 함께 못 보내 항상 미안해했죠.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하는 순간 큰 애가 의젓하게 확 바뀌었어요. 한 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하라’고 그러는 거에요.”

-윤 센터장이 집에 잘 오지 않았나요.

“월~토요일에는 거의 오지 않았어요. 일요일 저녁 7시반쯤 집에 와서 15분 정도 저녁 먹고 이내 쓰러져 잠들곤 했죠. 자정쯤 다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병원으로 향했어요. 병원 가서 자냐고 물었더니 일 한데요. 새벽 4시쯤 잔데요. 알람 맞춰놓고 아침에 일어나서 업무 준비를 한다고요. 너무 너무 힘들게, 스트레스는 많고 잠은 부족하게 일했어요. 일주일에 15분 정도 남편을 본 거죠. 집에 안 올 때는 제가 옷을 싸서 병원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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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위치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무실 앞에 한 추모객에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커피가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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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나요.

“밤 12시에 나갈 때 마음이 참 그랬어요. 큰 애가 고교 가기 전까지 옆집 차들이 퇴근하고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때 참 힘들었어요. 그게 기본적인 일상이잖아요. 그걸 못하는게 힘들었죠. 이후 마음이 바뀌었어요. 본인 일에서 행복하기만을 바랐죠. 운동 좀 하라는 얘기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 같아요. 비행기 날리기나 낚시 같은 자기 하고 싶은 취미생활 한번도 못해봤어요. ”

-윤 센터장이 언제부터 힘들어했나요.

“낮에는 주로 회의하고, 밤에 남은 일을 했다고 해요.한참 전부터 항상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사직서도 몇번 썼지 않나요. 그럴 때마다 본인이 그만두면 이 일 자체가 무너진다고 여겨 생각을 다시 했어요. 이 분야는 의사들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하대요. 일이 너무 많아서요. 조금 더 사람이 많았으면 인력이 잘 운용되고 좀 수월했을텐데, 잘 모르지만 정말 이런 부분은 많이 안타까워요. (남편의) 짐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사람이 없었던 거죠.”

-남편 발견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숨진 남편을)처음 봤을 때 과로해서 결국 이렇게 됐구나, 너무 늦었구나…싶었어요.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윤 센터장님은 중증 응급환자들을 제때 치료받을 수 있게 하려고 평생 헌신했죠.

“남편이 수련의(인턴) 때 응급실에서 너무 충격적인 죽음을 봤다고 해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병원을 돌다가 죽음을 맞은 그런 환자였다고…. 그게 너무 큰 충격이였고, 그때부터 그런(응급의료체계를 바꾸겠다는) 꿈이 생긴것 같아요.”

-그런 남편의 꿈을 이해해줬네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남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지는 못해요. 예전 명절에 (광주)시댁에 갔을 때 제가 뭘 잘못 먹고 밤새 배가 너무 아팠던 적이 있어요. 남편이 저를 업고 병원을 가는데, 자기가 졸업한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가도 될텐데 그 병원을 가면 안된다는거에요. ‘그 정도 급한 병은 아니다’라고요. 그래서 집 앞에 있는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고 온게 생각나요. 그게 남편의 일이라고 이해했어요.”

-윤 센터장은 어떤 남편인가요.

“캠퍼스 커플로 만나 30년 가까이 봐왔어요. 남편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안하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맡은 것은 불평없이 끝까지 하고 받아들이는, 성품 자체가 우직한 사람이죠. (지금의 일이) 자기 능력을 너무 벗어난 거에요.”

윤 센터장 가족은 지난달 22일 2박3일 속초 가족 여행을 가려고 예약을 끝냈다. 하지만 응급센터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됐고 복지부 점검이 떨어지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너무 아쉽고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죄책감 가지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남편은 늘 미안해했죠. 그때 여행을 갔다면 좋았겠죠.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을텐데….”

윤 센터장은 물욕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집도 전세다. 이제 전업주부인 민씨가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당장 아이들 등록금도 문제다. 정부는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과로사인만큼 산업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씨는 “저는 경황도 없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라…. 산재든 국가유공자든 된다면 애들에게 좋은 거고, 제가 애들 걱정 없이 기를 수 있을테니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만에 하나 안된다면 제가 또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라고 말했다.

이에스더ㆍ이승호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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