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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기소…양승태에 47개 혐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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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도 기소

판사들 재판 맡기 꺼리는 분위기

양승태 연고 없는 법관 찾기 비상

중앙일보

양승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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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재판개입부터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까지 47개에 이른다. 검찰은 이날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도 불구속 기소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은 추가 기소했다.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기소된 건 헌정사상 최초다.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보다 법정에서의 공방이 더 익숙한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소환통보 때부터 재판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진술조서 검토에 공을 들인 점도 일찌감치 재판 준비에 돌입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는 조사가 예정돼있지 않은 날에도 검찰청에 나와 조서를 열람했고,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조사를 받은 후 수시간에 걸쳐 조서를 읽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규진 수첩’ ‘판사 블랙리스트’ 등의 물증과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전·현직 판사들의 진술을 유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스모킹건(핵심 증거)’으로 꼽힌다. 이 수첩에는 대법원장 지시 사항이라는 뜻의 ‘大(큰 대)’자가 여러 번 등장한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 실질심사에서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증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고, 대규모로 증인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온 만큼 후배 법관들이 진술을 번복해야 무죄 입증이 가능하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단은 이 전 위원을 법정으로 부른 뒤 반대신문을 통해 수첩의 증거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재판 단계에서 일부 진술이 번복되더라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전 위원의 업무수첩 외에도 판사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주고받은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법관들이 진술을 번복할 경우 위증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률적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불리하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 기소 뒤 무죄율은 2017년 기준 0.6%(구속기소)와 1.87%(불구속 기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정하긴 이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같이 검찰의 인지로 시작되는 특수수사의 경우 무죄율이 일반 사건보다 훨씬 높아서다. 중앙선데이가 2000년 이후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이 구속기소한 주요 권력형 비리 사건의 피의자 119명의 판결을 추적한 결과 무죄율은 10.1%로 15배 이상 높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유죄 확률은 0.6%와 10.1%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인지 수사의 경우 검찰이 특정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무죄가 나온 경우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원 인사 이동 시기와 겹치는 데다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판사들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재판을 맡을 만한 곳이 5곳 이내로 추려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이순형), 26부(정문성), 29부(강성수), 34부(송인권), 35부(박남천) 등이다. 34·35부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에 대비해 지난해 신설된 만큼 배당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계있는 재판부를 걸러냈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외에 100여명의 연루 판사들 중 추가로 재판에 넘겨질 이들까지 합하면 사건 자체와 무관한 판사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판사들 사이에선 이 사건을 맡기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드루킹 댓글 사건 재판을 맡은 성창호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 근무한 이력 때문에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 구속 이후 “악의적 보복”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무죄 판결을 하면 ‘적폐 판사’라는 비난이, 유죄 판단을 내리면 ‘정권의 입맛에 맞췄다’는 공격이 따를텐데 누가 맡고 싶어 하겠나”고 말했다.

박태인·박사라·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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