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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퀄컴 불공정 거래” 10년 만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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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2700억대 공정위 과징금 취소 소송 사실상 패소

‘LG 리베이트 과징금’ 처분만 재심리 취지로 파기환송

경향신문

세계 최대 모바일칩 제조사인 미국 퀄컴이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차별적 로열티와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공정위 처분이 있은 지 10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LG전자에 제공한 RF칩(무선송수신칩) 조건부 리베이트 부분만 퀄컴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 처분의 대부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특허기술을 보유해 사실상 100%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퀄컴이 로열티와 리베이트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다. 퀄컴은 2004~2009년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에 경쟁사 모뎀칩을 사용할 경우 CDMA 사용료(로열티)를 더 많이 내도록 했다. 2000~2009년엔 이들 회사가 일정 비율 이상의 모뎀칩을 퀄컴에서 구매하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공정위는 2009년 7월 퀄컴에 시정명령과 함께 27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퀄컴은 이듬해 2월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퀄컴은 재판 과정에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에 내건 조건은 강제력이 없고, 가격할인의 기회를 제공한 데 불과하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행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대방의 거래처를 일방적·강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뿐 아니라, 로열티, 리베이트 등 다양한 수단으로 상대방의 거래처를 사실상 한정하는 경우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거래 상대방이 조건을 따르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기로 하는 구속적 약정이 체결된 경우와 단순히 거래하지 않으면 일정한 이익이 제공되는 경우는 차이가 없다”며 “시장 봉쇄 우려가 크고 그 효과가 미치는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퀄컴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본 공정위 조치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퀄컴이 2000~2009년 LG전자에 RF칩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취소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RF칩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공하던 기간 중 2006~2008년 LG전자의 국내 CDMA2000방식의 휴대폰 판매시장 점유율이 21~25%에 불과했고, 퀄컴의 국내 CDMA2000방식 RF칩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대폭 하락하는 등 최소 40%의 시장봉쇄 효과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에도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 처분에 대한 소송을 현재 법원이 심리 중이라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독과점 기업 규제와 관련해 유의미한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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