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서울 전셋값 15주째 하락…빚내 집 산 갭투자자들 ‘좌불안석’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부지역 전세물량 늘면서 2주택자들 ‘역전세·깡통전세’ 우려

현장선 “체감할 정도까진 아니다”…전문가들 “모니터링 필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월세 가격 약세가 계속되면서 집값 상승기 때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과도하게 끌어들여 집을 산 갭투자자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주택자의 경우 은행권 대출이 꽉 막혀 있어 역전세(전세금을 빼주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나 깡통전세(집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전세와 깡통전세는 아직은 일부 지역에 한정된 이례적인 현상이지만 공급확대 속에 시장약세가 장기화되고 보유세 부담까지 겹치면 의외로 확산될 수도 있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8% 하락했다. 지난해 10월29일 이후 15주째 하락세다. 특히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신규 입주로 강남(-0.49%), 강동(-0.47%), 서초(-0.26%), 송파(-0.37%)를 비롯한 강남 11개구 모두 전셋값이 떨어졌다.

경기(-0.08%)와 인천(-0.05%)도 전셋값이 떨어졌는데 각각 영종도와 의왕의 신규 입주물량의 영향이 크다고 감정원은 분석했다. 지방에서도 전셋값은 0.04% 하락했다. 경기침체 여파에다 신규 입주물량이 있는 울산은 0.12%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올해 9510가구가 입주하는 ‘헬리오시티’나 ‘고덕 그라시움’ 등 1만896가구가 입주하는 강동구 재건축 공급물량 등은 이미 3~4년 전 늘어난 분양물량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ㄱ씨는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도 있는데 몇 년 전부터 거기로 가려고 계획한 세입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셋값이 하락하더라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깡통전세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전셋값 하락이 체감할 정도가 아닌 데다 전셋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2년 전보다는 소폭 오르거나 보합인 곳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다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크게 벌어져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전세가격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붙으면서 갭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이다. 특히 2016~2017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지자 소액의 자기자금만 가진 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에 기대어 집을 샀던 사람들이 많다. 일부 갭투자자들은 퇴직금 중간대출,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카드대출 등 ‘영끌투자(영혼까지 끌어들이는 투자라는 뜻)’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이 같은 갭투자자들은 요즘처럼 매매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소폭이라도 떨어지면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9·13대책으로 2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꽉 막혔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추가적으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리기 어렵다. 한때 ‘갭투자의 성지’로 불렸던 성북구 길음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ㄴ씨는 “3~4년 전에는 주택담보대출도 막 나오고 했기 때문에 50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며 “그런 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제때 보증금을 주지 못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차액을 월세로 돌리는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소액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갭투자에 나선 사람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박병률 기자 mong2@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