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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리뷰] PS4의 벽은 높았다. 변화의 길목에서 아쉬움 남긴 갓이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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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늘 아래 새로운 장르가 없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이긴 하지만, 가끔 기존에 없었던 색다른 시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그것이 하나의 장르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제 캡콤의 간판 게임으로 등극한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몬스터헌터는 거대한 괴물을 사냥한다는 독특한 컨셉은 물론, 레벨이 아니라 장비와 컨트롤실력을 키워 강해진다는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줬으며, 코에이의 토귀전 시리즈와 반다이남코의 갓이터 시리즈 등이 새로운 인기작들의 탄생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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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반다이남코의 갓이터 시리즈는 PSP로 무대를 옮긴 몬스터헌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9년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게임으로, 첫 시작은 아류작이었지만, 색다른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몬스터헌터보다 더 속도감 있는 전투를 앞세워 시리즈 3편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번에 발매된 갓이터3는 개발사가 시프트에서 마벨러스로 변경되고, PS VITA를 벗어나 PS4로 완전히 무대를 옮겼으며,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 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어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 시리즈를 즐겨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면 이 시리즈의 세계관은 아라가미라는 괴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인류에 위기가 닥치고, 이 괴물들과 대응해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갓이터들이 활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대 용이 나와도 모두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박력있게 생긴 몬스터헌터 등장 인물들과 달리 중2병스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자기 몸보다 큰 무기를 휘두르며 괴물들을 잡는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나, 나름 짜임새 있는 스토리 덕분에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아나 애니메이션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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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한참 뒤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3편의 스토리는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아라가미의 등장으로 더 암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전 시리즈만 해도 학원물 분위기였지만, 3편에서는 사람들이 강력한 아라가미를 피해 항구라는 지하 거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주인공 일행은 감옥에 갇힌 죄수 상태에서 시작한다. 괴물을 때려잡는 능력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억압받는 갓이터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메인 테마다. 일본 애네메이션 풍의 호리호리한 어린아이들이 생체 병기라는 설정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괴물을 피하기 위해 만든 지하 요새, 그리고 지하 요새들을 서로 연결하는 거대 전함의 존재 등은 SF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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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헌터가 거대 몬스터들에 최대한 근접해서 발광하기 직전까지 최대한 치고 빠지는 매력을 살렸다면, 갓이터3는 이보다는 좀 더 호쾌하고 속도감 있는 전투를 추구한다. 점프 공격이 있고, 거의 날아다니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 대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투가 진행되며, 멀티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AI 캐릭터들이 함께 싸우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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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갓이터들이 사용하는 신기는 근거리와 장거리 전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가변형 무기이기 때문에, 멀리서는 총기 형태로 공격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칼 형태로 변화시켜 휘두르며 싸울 수 있어 몬스터헌터의 전투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강력한 스킬 개념인 버스트아츠와 동료들과의 연계 스킬 개념인 인게이지, 적을 먹어 능력치를 올리는 포식 등 갓이터만의 다양한 스킬 개념 때문에, 이것을 모르고 싸우는 지, 제대로 활용하면서 싸우는 지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급격히 달라진다. 같이 싸우는 AI들이 몬스터헌터의 아이루와 달리 꽤 잘 싸우기 때문에 그냥 아무렇게나 싸워도 지장은 없지만, 시스템을 이해하고 싸우면 근접 전투로는 답이 안나오는 녀석을 원거리에서 순식간에 삭제시켜버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몬스터헌터처럼 한 대를 더 치고 빠질까, 아니면 바로 빠질지를 고민하는 쫄깃쫄깃한 맛은 없지만, 여러명이 공중에서 적에게 화려한 스킬을 난사하며 싸우는 화려한 장면들이 시선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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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류작으로 시작했다고 하나 9년 동안 3편이나 나왔다는 것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작품만 본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PS VITA 시절에야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었지만, 더 성능이 뛰어난 PS4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발전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한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휴대용 기기에서 PS4로 넘어가면서 오픈월드 게임으로 완벽히 변신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몬스터헌터월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개발사를 바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시리즈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던 시프트 대신 마벨러스를 투입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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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기기에서 성능이 더 뛰어난 PS4로 플랫폼을 옮겼으니, 좀 더 뛰어난 그래픽과 좀 더 화끈한 전투 액션을 기대하는 것은 팬들의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하지만, 갓이터3는 배경 그림만 바뀔 뿐 좁고 단순한 맵을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것이 PS VITA 시절이나 다를 바 없으며, 진동 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적의 난이도를 올리기 위해 패턴을 난해하기 만들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보고 회피하거나, 방어하는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순간 이동에, 즉발성 공격 뿐이라 미리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무조건 맞기 때문이다. 방어를 하느니 차라리 대시를 활용해 멀리 도망가는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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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밸런스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적들의 종 잡을 수 없는 난해한 패턴 때문에 세련된 근접 전투를 즐기는게 불가능하며, 이번에 추가된 원거리 레이건이 워낙 강력해서, 사실상 근접 전투가 대미지 보다는 탄환 게이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 되어 버렸다. 거대 몬스터의 공격을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하면서 싸우는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개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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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헌터와 비교해서 갓이터 시리즈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도 이전 시리즈보다 못한 느낌이다. 전작이자 시리즈 중 최고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평가 받는 갓이터2 레이지 버스트 시절에는 개별 미션을 통해 등장 캐릭터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지만, 갓이터3에서는 캐릭터별 개별 스토리가 없어지고, 메인 스토리 하나만 존재하며, 그 메인스토리조차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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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를 보면 아라가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갓이터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모습으로 초반부터 어이가 없게 만들더니, 후반부에 등장하는 강력한 세력의 지도자들이 갓이터 출신이라는 설정 오류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들이 인간이 아닌 도구로 취급받는 것은 클레이모어 같은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두려워하거나, 경원시 하는 것은 봤어도 이 정도로 개무시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억압받는 갓이터들이 자신만의 낙원을 꿈꾼다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은데, 이것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설정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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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리더인 유고를 시작으로, 구원자로 등장하는 일다, 그리고 이 게임의 최고 매력 포인트 핌까지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이 많지만, 순식간에 흘러가는 메인 스토리만으로 이들을 모두 담으려고 하다보니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들어오는 멤버들만 계속 사용하게 될 뿐, 후반부에 등장하는 동료들은 아예 안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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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리즈가 이어져 왔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개발사를 바꾸고, 플랫폼을 옮기면서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 강점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아니면 개발 시간이 부족했던가.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됐고, 보다 대중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PS4로 등장한 덕분에 이전 시리즈를 해보지 못한 이들의 입문작으로는 괜찮은 편이지만, 앞으로 시리즈를 더 이어 가기 위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갓이터만의 정체성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몬스터헌터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제대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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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rai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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