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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은 그래미’ 시상자로 무대 오른 방탄… “BTS W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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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베스트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올라 환호하는 관객에 화답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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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제61회 그래미 어워즈(그래미)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검은 정장을 입은 일곱 청년이 무대에 오르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베스트 리듬앤블루스(R&B) 앨범 시상자로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여느 팝스타가 시상자로 나섰을 때는 좀처럼 터지지 않은 함성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가 무대로 오를 때는 이들의 히트곡 ‘페이크 러브’가 흘렀다. 시상자이든 수상자이든 그래미 무대에 한국 가수가 올라서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그래미서 영향력 입증한 BTS

방탄소년단과 K팝에게 있어 이날 그래미는 여러모로 뜻 깊었다. 미국을 비롯해 170여 개국에 생중계되는 그래미는 세계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콧대 높은 그래미가 K팝 아이돌을 시상자로 초대했다는 건 방탄소년단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이어 그래미로부터도 초대장을 받으며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모두 초청되는 기록도 세웠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그래미 시상자 출연은 미국에서 스타덤을 지닌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며 “주최 측이 방탄소년단을 초대했다는 건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미 나들이는 방탄소년단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은 “한국에서 이 무대에 서는 날을 꿈꿨다”고 벅차하면서도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해 그래미 수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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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승, 전, 결로 연결된 방탄소년단 앨범. 각 'Y.O.U.R' 네 버전으로 제작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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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디자인상 좌절됐지만 음악 주목”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전부터 주목 받았다. 시상자 선정뿐 아니라 이들이 지난해 낸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올라서다.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은 앨범 재킷 디자인의 작품성을 가려 앨범 표지 제작자(사)에 주는 상이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수상하지 못했지만, 한국 K팝 아이돌그룹의 앨범이 그래미에서 조명된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국내 대중음악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대중 가수의 앨범이 그래미에서 언급되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래미는 비(非)영어권 앨범과 10대 아이돌 음악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이규탁 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비교해 보수적이고 미국 밖 가수들에 배타적”이라며 “그래미에서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후보작으로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의미를 뒀다. 미국 유명 음악지 빌보드도 방탄소년단 앨범의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 지명에 대해 “앨범 콘셉트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헌신을 기리는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2년에 걸쳐 시리즈 앨범을 내며 ‘너를 사랑하라’(‘러브 유어셀프’)란 세계관을 음악뿐 아니라 앨범 표지로도 일관되게 보여줬다. 기승전결로 이어진 이야기를 피고 지는 꽃으로 표지에 표현하고 앨범을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흑인 랩 최초 ‘올해의 노래’.... 확 달라진 그래미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은 4관왕을 차지한 미국 래퍼 차일디시 갬비노였다. 그는 히트곡 ‘디스 이즈 아메리카’로 4개 주요 본상 중 2개(‘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상’)를 휩쓸었다. 빌보드에 따르면 흑인 가수의 랩음악이 올해의 노래상에 선정되기는 그래미 역사상 처음이다. ‘디스 이즈 아메리카’는 흑인에 대한 차별과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등을 꼬집은 사회 비판적 가사로 큰 반향을 불렀다.

그래미는 올해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갬비노의 선전에서 엿볼 수 있듯 그래미의 화두는 다양성이었다. 인종과 성별의 벽을 넘어 포용의 무대를 꾸렸다. 아시아 가수(방탄소년단)를 시상자로 초대했고,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여성 가수(얼리샤 키스)를 이례적으로 사회자로 내세웠다. 흑인 음악에 인색하다는 평을 받은 그래미는 1960년대 흑인음악의 산실인 모타운 레코드 60주년을 기념한 특별 무대도 꾸렸다. 시상식 오프닝 무대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비롯해 가수 레이디 가가, 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 등 각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낸 네 여성을 세워 변화를 꾀했다. 오바마 여사는 “음악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며 “모든 사람이 전달하는 모든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해 큰 울림을 줬다.

잡음도 있었다. 갬비노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등 일부 팝스타들은 시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창의성을 억압당했다’ 주장 등이 보이콧의 이유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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