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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고 폐기해야 한다니"…주키니호박 농가 가격폭락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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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금곡농협 10㎏ 1만 상자 산지 폐기처분…가격 지난해 4분의 1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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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후 논바닥에 폐기되는 주키니 호박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11일 경남 진주시 금곡면 차현마을 한 논바닥에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한 주키니 호박이 수확 후 곧바로 폐기 처분되고 있다. 2019.2.11 choi21@yna.co.kr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자식처럼 키운 호박을 수확해서 바로 폐기해야 한다니"

11일 경남 진주시 금곡면 차현마을 농민들이 갓 수확한 주키니호박을 가득 실은 트럭과 경운기를 논길에 줄줄이 세웠다.

이 호박은 가격 안정을 위해 매입에 나선 농협 관계자의 간단한 물량 확인 후 곧바로 길옆 논바닥으로 쏟아졌다.

이어 트랙터가 호박을 바퀴로 뭉개 바닥에 파묻었다.

앞서 폐기된 호박들은 논바닥에 거대한 무덤을 이루며 앙상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20년째 주키니호박 농사를 지은 김모(69) 씨는 논바닥에 파묻힌 호박을 보면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올해처럼 가격이 폭락하기엔 처음"이라며 "공들여 재배한 호박을 산지에서 폐기하려니 기가 찬다"고 허탈해했다.

진주 금곡면은 국내 주키니호박 물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다.

가격폭락은 과잉생산이 주원인이다.

지난해 가을 태풍으로 고추 모종이나 딸기 생산 농가들이 피해를 보자 대체작목으로 수확이 비교적 용이한 주키니호박으로 바꿨다.

주키니 호박은 지난해 한파로 생산량이 줄면서 특상품 10㎏ 한 상자에 4만원까지 올랐으나, 올해는 4분의 1 수준인 1만원으로 폭락했다.

농협은 수확이 시작되는 지난달부터 호박 가격이 급락하자 1차 산지 폐기처분에 들어갔고 가격이 계속 폭락하자 이달에도 2차 폐기처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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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니 호박 수확 후 폐기해야 한다니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11일 경남 진주시 금곡면 차현마을 한 들녘에서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한 주키니 호박을 산지 폐기처분하려고 온 농민이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19.2.11 choi21@yna.co.kr



농협은 1차에 상자당 4천원씩, 2차에는 상자당 5천원씩을 농가에 지급했다.

지금까지 10㎏들이 1만 상자가 논바닥에 버려졌다.

주키니호박은 작물 특성상 식당이나 가정에서도 조리용으로만 주로 쓰여 소비가 한정된 점도 한계다.

농민 강모(61) 씨는 "귀농인까지 무리하게 가세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호박 농사를 짓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곡농협 관계자는 "정부 규제도 어려운 데다 농산물 수급조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격 회복을 위한 산지 폐기처분도 전국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효과적인데 '각자도생'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농협 측은 "그나마 호박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오늘까지만 폐기처분을 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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