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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자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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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줄청소놀래기 거울실험서 자기 몸 얼룩 지우려 해

“자아인식 능력의 증거” vs “흑백논리 접근” 논란 여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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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는 “영장류와 돌고래 등은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사람과 똑같은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독특한 생명윤리 이론을 펼쳤다. 그는 ‘인격체가 아닌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물이기에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을 했다. 싱어는 고깃점을 물고 다리를 건너던 개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 큰 고기를 문 개로 착각해 달려드는 바람에 자신의 고기도 잃어버린다는 이솝우화 ‘개와 그림자’를 예로 들어 동물의 자아 인식을 설명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연구소와 일본 오사카시티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물고기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응해 ‘자아’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가 거울실험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응을 하고 자기 몸에 붙은 표식(얼룩)을 떼어내려 애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공과학도서관 생물학>(PLOS Biology) 7일(현지시각)치에 논문을 실었다. 거울실험은 동물들이 자아(자각)를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표준적인 실험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물고기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도의 인지력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인간이 다른 동물들의 지능을 평가할 수 있느냐는 뜨거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거울실험의 모든 단계를 통과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명확하다. 거울실험을 ‘통과’했다는 것이 물고기들이 영장류 등 일부 동물이 가지고 있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거울실험을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인지 작용에 의해 해결할 수 잇는 것인지 등등.

논문 공저자인 알렉스 조던은 “우리가 관찰한 행동들로 보아 이 물고기가 이전에 시행돼오던 거울실험의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불명확한 것은 비록 이런 행동들을 다른 동물들에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판단했다 하더라도 물고기의 행동들을 물고기가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으로 인식하고 인지하는 능력은 생물종들 사이에 인지력의 특징으로 인식돼왔다. 물고기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실험하기 위해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를 대상으로 전형적인 ‘얼룩’ 실험을 했다. 청줄청소놀래기는 다른 물고기 피부에 붙은 기생충을 청소해주는 행동을 보이는 바다물고기이다. 연구팀은 청줄청소놀래기에게 거울에 비췄을 때만 보이도록 색깔이 있는 얼룩을 붙여놓았다. 동물이 실험에서 ‘통과’ 점수를 받으려면 얼룩을 건드리거나 살펴 동물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기로 인식한다는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 수족이 없는 물고기와 같은 동물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팀은 물고기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나서 딱딱한 거울면 위에 놓인 자신의 몸을 긁음으로써 얼룩을 제거하려 하는지를 관찰했다. 물고기는 거울 표면에 있는 투명한 얼룩을 제거하려 하지 않았을 뿐더러 거울이 없을 때 색깔이 있는 얼룩을 제거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얼룩이 있는 물고기가 거울에서 자기 몸에 있는 얼룩을 보는 시각 자극에 반응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얼룩이 없는 물고기가 얼룩이 있는 칸막이 너머의 물고기 얼룩을 제거하려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또 거울 자체에 표시된 얼룩도 제거하려 하지 않았다.

조던은 “물고기의 이런 행동들이 실험을 완벽하게 통과한 것은 맞다. 그러나 물고기들이 보인 행동이 다른 생물들이 실험을 통과할 때 보였던 행동들과 기능적으로 유사하더라도 객관적 근거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공공과학도서관> 편집진도 에모리대학의 영장류동물학자인 프랜스 데 왈 교수의 논평을 덧붙였다. 데 왈 교수는 포유류의 거울 실험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물고기 실험은 흥미롭지만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동물의 자아 인식부에 대한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 왈 교수는 “자아 인식이라는 것이 일순간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양파처럼 겹겹이 쌓이면서 발달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아 인식에 대한 탐구를 하려면 우리는 거울실험에 대한 반응을 리트머스 테스트처럼 바라봐서는 안된다. 자아에 대한 이론을 더 풍족히 세우고 좀더 많은 실험을 통해서야 우리는 여러 차원의 자아 인식 단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물고기가 명확히 어떤 차원에 속하는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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