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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이 된 좀비, 겁나게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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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층 전유물에서 벗어나

영화·드라마·소설·게임 등 지평 확산

미드 ‘워킹데드’가 대중 접점 키우고

영화 ‘부산행’ ‘창궐’로 인기 얻어

‘기묘한 가족’에선 코믹과 결합

‘킹덤’ ‘반도’ 등 드라마·영화 줄잇고

웹툰에 기반한 학원좀비물도 기획중

산자도 죽은자도 아닌 공포감에

사회·정치적 맥락 담을 수 있고

변형과 변주의 폭도 넓어 매력





‘소복 귀신의 나라 한국에 상륙한 낯선 좀비가 대중문화를 습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좀비가 영화·드라마·소설·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주요 소재로 쓰이면서 점차 폭넓은 팬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좀비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상업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사극·코미디물·학원물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면서 그 지평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산행> 기차에 올라 한국에 상륙한 좀비가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에도 <창궐>하더니 이제 하나의 <킹덤>을 만들어 <반도>를 완전히 장악할 기세”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비명으로 물들이고 있는 좀비물의 인기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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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한국까지 퍼졌나? ‘좀비’(zombie)라는 단어는 본래 카리브 섬나라 아이티의 부두교 무당들의 주술에서 유래된 말로 ‘산 사람의 살을 먹으며 돌아다니는 시체’를 뜻했다. 좀비를 대중문화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사람은 ‘좀비 영화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 감독이다. 1968년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으로부터 걸어 나온 좀비는 이후 <시체들의 새벽>(1978), <시체들의 날>(1985) 등을 거치면서 좀비 바이러스 때문에 종말을 맞이한 뒤 소수만이 살아남아 투쟁하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전세계 대중문화에 감염시켰다.

<레지던트 이블>(2002), <28일 후>(2003), <새벽의 저주>(2004), <웜바디스>, <월드워 Z>(2013)를 비롯한 좀비영화는 국내에도 상륙해 한국 대중과의 접점을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좀비물의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작품은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다. <좀비 사전>의 저자인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현재 시즌9까지 제작된 <워킹데드>는 좀비와 인간의 대결에 집중했던 호러물에서 벗어나 좀비의 세상에서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확장적 세계관을 보여주면서 한국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2000년대 이후 좀비는 간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날 갑자기>(2006), <이웃집 좀비>(2010), <인류멸망보고서>(2012), <좀비스쿨>(2014) 등의 영화가 대표적이다. 웹툰에서는 꽤 다양한 좀비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당신의 모든 순간>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1호선> 등이 그 예다. 하지만 10~20대 젊은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한 좀비는 좀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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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에 좀비의 존재감을 가장 크게 각인시킨 작품은 영화 <부산행>(2016)이다. 달리는 케이티엑스(KTX) 안에서 좀비와 맞서는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 이 작품은 1156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 때만 해도 좀비가 워낙 마이너한 장르라서 좀비를 좀비라 부르지 못하고 ‘감염자’라고 표현할 정도였다”며 “<부산행>은 좀비물이 한국 영화시장에서 상업적 승산이 있는 소재라는 점을 증명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 사극·코미디 등과 융합…대중문화 유행코드로 한국에 상륙한 좀비는 이제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먼저 안방극장은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사극좀비물’을 표방한 <킹덤>이 장악했다. 피폐해진 조선에서 죽은 왕이 되살아나고, 왕으로부터 파생된 좀비 바이러스가 굶주린 백성들에게까지 퍼진다. 계비와 외척세력에 의해 위기에 몰린 세자(주지훈)와 그 일행은 이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6부작인 시즌1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합작했다. 지난해 개봉한 <창궐>에 이어 좀비물에 사극 외피를 입혔다는 점이 특징이다. 좀비로 변한 의녀들이 서로를 타고 올라가 물고 뜯는 ‘의녀탑’ 장면, 굶주린 백성들이 인육을 먹는 장면 등 이제껏 공중파나 케이블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다소 수위 높은 영상을 구현해 호평을 받았다. 김성훈 감독은 “조선을 휩쓴 좀비가 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설정, 좀비 바이러스(역병)가 세자와 함께 아랫지방에서 점차 수도 쪽으로 올라온다는 설정 등이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다”며 “또한 고요하고 정적인 이미지의 조선과 극악한 존재인 좀비의 충돌이 대비되면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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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좀비와 비(B)급 코믹물의 결합으로 화제다. 좀비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시착한 말귀 알아듣는 좀비 ‘쫑비’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는 알고 보면 ‘회춘’의 비결이고,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는 양배추에 환장하는 ‘채식주의자’라는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이 번뜩인다. 여기에 <웜바디스>와 유사하게 좀비와 인간의 미묘한 ‘썸타기’까지 곁들여진다. 이민재 감독은 “쫑비의 숨겨진 능력을 알아차리고 돈 벌 궁리를 시작한 가족이 펼치는 신개념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기존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를 시도했다”며 “인간의 뇌와 모양이 유사한 양배추를 주식으로 하는 색다른 좀비가 웃음은 물론 진한 가족애를 일깨우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좀비, 어디까지 상상해봤니?…계속되는 열풍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전망이다. 먼저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의 후속작인 <반도>를 준비 중이다. 그간 한국 좀비물이 ‘좀비 아포칼립스’에 집중했다면 <반도>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그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좀비의 창궐로 가족을 모두 잃고 고립된 한반도에서 탈출해 해외에서 난민처럼 떠돌던 주인공이 4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행>이 기차 안에서의 사투를 그렸다면 <반도>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도심’을 배경으로 1박2일 동안 벌어지는 상황을 속도감 있게 펼쳐놓을 예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폐허가 된 반도로 되돌아온 사람, 그리고 반도 안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 그 안에서의 휴머니즘 등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부산행>이 가족애에 초점을 맞췄다면 <반도>는 공동체, 즉 가족과 유사가족 등으로 그 중심 개념을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좀비 때문에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좀비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원·이정현·구교환 등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내년 여름시즌 개봉할 예정이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학원좀비물도 기획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은 주동근 작가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드라마로 만든다. 수도권 외곽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10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재규 감독은 “아직 순수함을 지닌 10대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배신, 성장 등을 담는다. 물론 그 안에서 구세대(선생님)와 신세대(학생들)의 갈등, 학교 내부와 외부의 갈등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제이티비시 자회사인 ‘드라마 하우스’와 계약을 마쳤으며, 12~16부작 드라마로 제작된다. 이미 1~2회 초고가 완성된 상태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준비 중인 영화 <여의도>는 일종의 재난액션이다. 변종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이 창궐해 폐쇄된 여의도의 한 은행을 털기 위해 잠입한 일당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우인범 작가의 시나리오다. 이 밖에 <오싹한 연애>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하프>, 김찬년 감독의 <블랙아웃> 등도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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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좀비인가?…변형·변종 가능한 데다 사회상까지 반영 그렇다면 귀신도, 강시도, 흡혈귀도 아닌, 왜 하필 좀비일까? 전문가들은 ‘좀비’라는 소재가 자극하는 근원적 공포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이 산 자도 아니고 죽은 자도 아닌,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한다는 공포감이 장르적 매력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김성훈 감독은 “좀비에게 물리면 가족조차 죽여야 할 대상이 된다. 천륜이나 인륜, 모성이나 효심 등을 다 무력화시키는 존재로 변이된다”며 “역설적으로 좀비는 제거하거나 죽이는 데 어떠한 죄책감이나 도덕심이 필요 없는 존재이기에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도 적나라하게 표현이 가능해 장르적 쾌감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좀비가 가진 원인을 알 수 없는 근원적 공포를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실제로 많은 작품이 겉으론 좀비물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존재와 인간사회에 대해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달이 부서진 밤> 등 다수의 좀비 소설을 쓴 정명섭 작가는 “<창궐>이나 <킹덤>처럼 무능한 왕과 권력에 눈먼 위정자들을 비판할 수도 있고, <부산행>처럼 국가적 시스템이 마비된 사회상(세월호 참사)을 빗대어 표현할 수도 있다”며 “좀비 자체가 탄생부터 백지와 비슷할 만큼 설정상의 구멍이 많아 온갖 해석을 덧붙일 수 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마지막 장면이 흑백 인종 문제에 대한 은유로 해석된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변형과 변종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인기 비결로 꼽힌다. 과거 ‘느리게 걷는 좀비’가 대세였던 것과 달리 <킹덤> 속 좀비는 ‘식욕’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빠르게 달리는 좀비’로 설정된다. ‘뇌가 파괴돼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과거 공식과 달리 <웜바디스>의 좀비는 인간처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사람을 물어뜯고 먹는다’는 관행적 설정과 달리 <기묘한 가족>의 좀비는 양배추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다. 김봉석 평론가는 “좀비는 이래야 한다는 불변의 특징이 없기 때문에 영상으로 구현할 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작품마다 자유로운 변형과 변주의 폭이 넓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재”라고 짚었다.

이러한 변주의 자율성은 장르·규모의 다양성과도 연결된다. 이재규 감독은 “좀비물은 공포영화부터 코미디, 멜로 등 여러 장르와 쉽게 접목할 수 있고, 비급 저예산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급 고예산 영화까지 규모도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창작자들에겐 소재의 벽을 낮추고, 소비자들에겐 재미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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