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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고령자 소외 없게…디지털금융 문턱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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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맞춤형 서비스 강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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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김모씨(65)는 공과금 납부 때문에 매달 은행을 찾는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해본 적이 없는 김씨는 “조금 불편해도 익숙한 게 낫다”고 했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주거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이용해보려 했지만 얼마 안 가 포기하고 말았다. 김씨는 “앱 설치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회원가입부터 막혔다”며 “글자 크기가 작아 눈에 쉬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가입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낼수록 고령층의 소외감은 커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금융기술의 발달이 이들에겐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2017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5%에 불과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70대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평균수준을 100%로 봤을 때 25.1%에 그쳤다.

문제는 디지털금융에서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가량의 수수료를 물지만, 모바일로는 최대 500원 또는 무료로 송금이 가능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송금 수수료가 없다. 모바일뱅킹을 못하면 비대면 거래로 인한 금리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모바일 전용 예·적금 상품의 경우 창구에서 가입하는 상품보다 금리 조건이 유리하다.

■ ‘디지털 소외’ 고령층 맞춤 서비스

금융비 더 내고 덜 받는 것 막으려

앱 글자 키우고 화면은 단순화

계좌 조회나 이체 쉽게 할 수 있게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가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시중은행들도 고령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앱의 글자 크기 확대와 단순한 화면 구성, 어르신 전용상담(거래) 창구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의 고령자 맞춤형 앱인 ‘골든라이프뱅킹’은 큰 글씨와 조작이 쉬운 화면 구성으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계좌 조회나 이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고객을 위해 화면을 익숙한 통장 형식으로 디자인하고, 메뉴는 큰 글씨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통합 플랫폼 ‘쏠(SOL)’, KEB하나은행 ‘1Q뱅크’, 우리은행 ‘원터치개인뱅킹’, IBK기업은행의 ‘큰글씨뱅킹’ 등도 유사한 기능을 서비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16년 4월부터 고령자와 장애인 고객을 위한 ‘마음맞춤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국 690여개 영업점에서 고령자 등에 대한 응대 지침을 숙지한 직원이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 전용 상담창구 운영하고

음성 명령만으로도 거래 가능

고령자 위한 핀테크 개발 필요성


음성 명령만으로 금융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SoRi(소리)’는 앱에서 ‘소리’ 아이콘을 클릭하면 음성 명령으로 계좌 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콜센터에 어르신 전용 전화번호를 설치하고 ‘시니어전문 금융상담사’를 배치했다. 하나은행의 ‘느린말 서비스’는 손님이 자동응답전화(ARS)를 천천히 듣고 이해하기 쉽도록 알기 쉬운 용어로 안내하고, 설명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등 고령자 관점에서 특화돼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국 780개 점포에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행복동행금융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령층과 저시력자를 위해 글씨 크기를 2배 이상 확대한 약관집을 제작해 모든 영업점에 배포했다”고 했다.

■ 고령층 대상 ‘핀테크’ 개발 필요

카카오뱅크는 전화 상담 시 메뉴 선택 없이 바로 직원과 상담이 가능하도록 한 ‘만 65세 이상 고령 고객 전용 전화상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어려운 금융 용어 대신 고객의 이해 정도와 우리말 사용 속도 등에 맞춰 상담을 진행한다.

케이뱅크는 ‘시니어 전문 금융 상담 직원’을 두고 고객 동의하에 원격 접속, 뱅킹서비스 이용을 지원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이용법과 보이스피싱 방지 등 금융 지식과 사기예방을 위해 지난해에 고령자들을 초청해 3차례 금융교육을 실시했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고령자를 위한 금융교육 교재와 동영상을 제작해 6개 금융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교재에는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금융상품 활용법, 금융사기 사례와 예방법, 모바일뱅킹 이용 방법 등을 담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금융 환경에서 고령자 등 금융 소외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회사도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이들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핀테크(금융+기술)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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