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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미 방위비 분담금 ‘1년짜리 협정’…인상 압박 또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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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분담금 협정’ 가서명

국방 예산 인상률 맞춰 1조389억원

10억달러 미만이지만 1조 넘겨

미 ‘유효기간 1년’ 요구도 수용

트럼프 ‘분담 기준’ 흔들며 공세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비용은 거부

주한미군 현물 지원 좀 더 확대

비중동의 마치면 또 협상 나서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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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올해 분담해야 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이 지난해보다 787억원(8.2%) 늘어난 1조389억원으로 결정됐다. 애초 미국이 수용 가능한 총액의 마지노선으로 ‘통보’한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협정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해 한국은 곧바로 또 다른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머시 베츠 비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문안에 가서명했다. 지난해 3월 협상을 시작한 지 11개월 만이다. 이번 협정에서 총액은 지난해 한국이 낸 분담금 9602억원에 2019년도 한국 국방 예산 인상률(8.2%)을 반영해 1조389억원으로 타결됐다. 미국이 요구했던 총액(10억달러)보다는 적지만,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분담금 규모는 1조원을 넘길 수 없다던 문재인 정부도 반발짝 물러선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말께 미국 쪽이 ‘최상부 지침’임을 내세우면서 갑자기 제시한 협정 ‘유효기간 1년’ 요구도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 한국 정부는 지난해 분담금 9602억원에서 감액을 주장하다가 막판에는 9999억원에 유효기간 3~5년을 제시했으며, 미국 쪽은 1조4400억원과 유효기간 10년 요구에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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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막판에 유효기간 ‘1년짜리’ 협정을 고집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동맹국들과의 방위비분담 기준을 새로 짜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깔려 있어, 당장 올해 상반기 시작될 11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의 증액 압박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쪽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동맹국들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협상 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분담 논리에 대해서 통일된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분담을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원칙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침이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께야 결정됐을 것으로 보여, 미국이 언제 어떤 ‘새로운 원칙’을 내올지 알 수 없다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특별협정을 맺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해 중동 국가들의 사례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서 동맹국 분담을 늘리겠다는 건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다. 양국이 이날 다음 협정을 올해 말까지 타결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양쪽이 합의할 경우 협정을 연장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미국 쪽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미국 쪽의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 항목(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 등)’ 신설 요구는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분담이라는 협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한국 쪽 주장이 받아들여져 철회됐다. 대신 주한미군기지 운영 지원에 필요한 전기, 가스, 상하수도 요금 등 비용은 현물을 지원하는 군수 지원 세부 항목으로 일부 반영됐다.

방위비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도 마련됐다. 군사건설 분야에서 예외적 현금지원을 철폐하고, 군사건설 배정액의 12%로 제한된 설계·감리비 현금지원 비율을 집행 실적에 따라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군수지원 미집행분이 자동적으로 이월되는 것을 제한하고, 75% 이하로 명시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지원 비율 상한선도 없앴다.

이날 가서명된 협정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양국의 정식 서명 뒤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 효력을 얻게 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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