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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주 '난민 셰프'가 요리하는 할랄음식점.. "예멘 손님은 반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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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음식 없어 대다수 난민신청자 식사 하지 못한다는 소식에 주변 도움 얻어 개점
예멘 셰프, "서로 다른 인종, 문화 등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예멘인들을 봐달라"


파이낸셜뉴스

(왼쪽부터) 주방장 아민 알마마리, 사장 하민경씨, 종업원 사미 알바드니 [사진=연합뉴스]


제주도에 난민이 직접 요리하고 서빙하는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음식점이 생겨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는 지난해 11월 제주시 삼도동에 할랄 음식점 '와르다'가 개점해 제주도민은 물론 내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찾고 있다고 UNHCR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아랍어로 꽃이라는 뜻인 '와르다'는 현재 제주 내 유일한 할랄 음식점으로 예멘 난민 출신 셰프가 직접 요리하고 서빙을 담당한다.

음식점은 한국인 사장 하민경(38)씨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예멘인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35), 사미 알바드니(23)가 함께 운영을 맡고 있다. 알마마리는 주방을 책임지고 있으며 알바드니는 서빙을 한다.

하씨는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이 숙박비가 없어 노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무용 연습실을 난민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는 UNHCR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게는 쉬운 일이었는데 예멘분들이 너무 고마워해서 오히려 부끄러웠다. 비어있는 연습실을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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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다에서 판매하는 할랄 음식들 [사진=연합뉴스]


그는 대다수 난민신청자가 제주도에서 정식 할랄 음식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주변의 도움을 얻어 와르다의 문을 열게 됐다.

와르다에서는 케밥, 쌀, 팔라펠, 아그다치킨, 후무스 등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할랄 음식을 판매한다.

예멘 난민 신청자 모하메드 알리(37)는 "예전에는 한국 가게에서 파는 닭이 정식 할랄인지 알 수 없어 채소만 먹었다"며 "이 곳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향의 맛"이라고 말했다.

와르다에서 예멘 손님은 반값에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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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을 연 제주 최초의 예멘 레스토랑 '와르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와르다의 서빙을 담당하는 알바드니는 한국인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돈이나 더 나은 직장을 찾아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한국이 안전한 국가이고 또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예멘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와르다의 주방장, 알마마리도 소원이 '평화가 찾아온 예멘에 안전히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서로 다른 인종, 문화, 종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예멘인들을 봐달라고 덧붙였다.

#제주 #난민 #와르다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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