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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화 잇 수다] 유아인→박근형, 이한 감독 작품 속 특별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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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우아한 거짓말’에 유아인이 있었다면 ‘증인’엔 박근형이 있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증인’의 주인공은 김향기와 정우성이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검사 역의 이규형, 살인사건 용의자 미란 역의 염혜란 등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빼놓지 말아야 할 인물이 있다. 정우성이 연기한 순호의 아버지 역을 맡은 박근형이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부터 살인사건, 법정 싸움 등 묵직한 소재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한 감독 특유의 정서가 살아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만 따스한 감성으로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메시지는 묵직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따뜻하며 그 안에 유머가 살아있다.

전작인 ‘우아한 거짓말’은 왕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10대 소녀 천지(김향기)가 갑작스럽게 자살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은 천지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간다. 청소년 왕따 문제가 대두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간 미디어에서도 빈번하게 다뤘던 소재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만 대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과 슬픔을 담백하게 다뤄냈다.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설정임에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그냥 무거운 데 그치지 않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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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은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캐릭터를 통해서 상쇄시켰다. 천지네 옆집에 사는 총각 추상박 역의 유아인이 그 주인공이다. 추상박은 영화에서 분량이 크지 않으나 겉모습부터 말투, 행동 하나하나까지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천지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기도 했다.

청춘 스타인 유아인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단발머리에 5대 5 가르마를 유지하며 어딘가 허술한 청년으로 분한 유아인은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공교롭게도 당시 유아인 김희애의 격정 멜로인 드라마 ‘밀회’가 방영 중이던 시기였다. 관객들은 180도 다른 유아인을 만났다.

이번 영화 ‘증인’에선 그 역할을 박근형이 해준다. 박근형 역시 분량이 많지 않으나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진다. 그 타율이 꽤 높다. 그렇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순호의 아버지 길재는 마흔이 넘도록 집에 여자 하나 소개시키지 않는 아들을 걱정한다. 그렇지만 아들의 성 정체성을 배려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아들을 향한 믿음이 굳건하기에 끊임없이 선을 보라고 권유하고 잔소리를 하는데 그 행동이 귀엽다. 살인사건에 몰입하다가도 박근형이 등장하면 숨통이 트인다.

민변에서 대형 로펌에 들어간 후 속물로 변해가던 순호에게 그가 툭툭 내뱉는 말들은 웃음과 함께 전달되지만 뼈를 때린다. 지우로 인해 순호가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버지의 절대적 믿음도 중요했다. 특히 후반부 길재가 순호에게 남긴 편지는 아들뿐만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위로를 안겨준다.

‘증인’은 무겁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가볍지도 않다. 슬픔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풀어내는 이한 감독의 매직이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우아한 거짓말’ 유아인에서 ‘증인’ 박근형으로 이어진 캐릭터의 활용도에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증인’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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