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밀착카메라] "독성 물질" "연구 실수"…'액체괴물' 무엇이 문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액체괴물이라 불리는 장난감 슬라임, 아이 키우는 집에는 하나씩 갖고계실 텐데요. 최근 슬라임이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부모들도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연구 결과에 오류가 있다는 일부 학계 주장이 나오면서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 밀착카메라가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연구진은 일부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는데요.

슬라임, 무엇이 문제인지 최하은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늘리고 터트리고 뭉치고…

슬라임, 일명 '액체 괴물'

[유태원 (9세) : 말랑말랑한 느낌이 좋아요]

[박민서 (12세) : 스트레스도 풀리고 중독성 있어서…]

전문 유튜브 채널만 200여개

지난해 문을 연 슬라임카페 900여 곳

서울의 한 슬라임카페입니다.

직접 재료를 골라 슬라임을 만들어 놀 수 있는 공간인데요.

아이들이 붐벼야 할 오후 시간이지만 가게 안은 텅 비었습니다.

[최우현/슬라임카페 업주 : 보통 한 20팀 정도 와야 하는데 하루에 두 팀, 한 팀 정도 수준인 거죠.]

다른 곳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방종수/슬라임카페 업주 :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졌어요. 매출이 거의 80% 정도 떨어져…]

슬라임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정보에 발길이 끊긴 것입니다.

한 카페 업주는 복도에 '매일 두 딸이 가지고 놀기 때문에 안전한 제품만 사용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였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입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가 판매 중인 슬라임에서 많은 양의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논문을 내놨습니다.

붕소라는 독성물질이 유럽연합의 기준치보다 최대 7배 넘게 검출됐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슬라임은 부모들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원료를 구해 직접 슬라임을 만들거나,

[신정선/학부모 : 해외 직구 사이트 통해서 직구도 하고… 식용 소다나 베이킹 소다 같은 걸 쓰곤 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고…]

아예 버리는 가정도 늘었습니다.

일부 학교는 슬라임을 사용하지 말라는 알림장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학계에서 해당 논문의 실험 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EU 기준은 슬라임을 입으로 삼킨 것을 가정했습니다.

슬라임 속 붕소가 체내에 끼친 영향, 이른바 용출량을 측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대 연구진은 슬라임 속 붕소 포함량만 계산해 용출량과 비교했다는 것입니다.

[이덕환/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 법에 정해진 방법을 쓰지 않고 기준은 법에 정해진 걸 그대로 사용하면 앞뒤가 안 맞는 거죠. 먹어도 별 탈이 없다는 게 미국과 일본 (규제 기관 입장)…]

연구진은 "용어를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습니다.

"EU가 정한 실험 방법으로 다시 분석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해당 논문을 실은 학회지 측은 소명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76개 슬라임 제품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돼 논란을 일으켰던 방부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부 불량품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리콜 대상인 76개 제품 중 74개가 중국산 슬라임이라는 것입니다.

[차순욱/한국슬라임소상공인협회 회장 : 제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저급하게 유통하고 돈 벌려는 사람들의 문제지…]

실제 소형 문구점들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문구점에서 산 1000원짜리 슬라임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발견돼 리콜 대상인 제품인데요.

초등학교 앞에서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정부의 감시망이 느슨한 틈을 타 몰래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거 국내산이에요?) 몰라요 나는. (인증) 표시 있는데 국산인지는 모르겠어요.]

검증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학부모 : 못 하게 했더니 아이가 용돈을 받아서 문구점에서 사서 또 하더라고요. 못 하게 하면 할수록 욕구가 강해지니까…]

슬라임은 아이들의 몸에 직접 닿는 장난감인 만큼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합니다.

부모들과 업주들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연구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진)

(영상디자인 : 신재훈)

(인턴기자 : 박지영)

최하은, 이동현, 신동환, 김동준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