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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심 "선거용 거래"… 김경수의 '거짓말'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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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댓글 조작을 하고 여론을 왜곡했다는 1심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행위를 ‘선거 목적 거래’라고 했다. 특히 법원은 줄곧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김 지사의 진술을 ‘거짓말’로 결론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이날 선고에서 "김 지사의 행위는 단순한 포탈서비스 업무방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으며, 유권자들의 판단 과정에 개입해서 정치적 결정을 왜곡했다"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래돼선 안 되는 공직(오사카 총영사직)을 제안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은)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세력의 관계를 넘어 상호 도움을 주고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라면서 "김 지사는 객관적인 물증과 외부 진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알지 못했다’는 등의 진술로 일관하고 있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그자리에서 법정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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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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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킹크랩 시연회 참석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김씨 일당의 댓글 조작에 관여했는지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고, 댓글 조작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범행은 직접 가담했다고 봤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김 지사는 "당시 김씨 일당과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시연회는 없었고, 킹크랩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김씨 일당의 근거지인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 방문할 당시 김씨 측근인 ‘둘리’ 우모(32)씨가 오후 8시 7분부터 23분까지 15분가량 킹크랩으로 네이버에 접속해 기사 댓글을 조작하는 동작을 반복한 사실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러 전후 관계에 비추어 보면 킹크랩을 이용해 클릭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2016년 11월 4일 전에는 킹크랩의 접속 내역이 전혀 없다가 4~7일 사이 테스트로 보이는 접속 기록이 확인된 점을 들어 "(시연회가 열린) 9일 이전에 (킹크랩이) 안정화된 것을 확인하고 테스트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은 9일이라는 특정 날짜를 맞춰서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드루킹 댓글 조작 정보보고에 ‘고맙다’고 답변"
김 지사와 김씨가 텔레그램을 이용해 주고 받은 메시지도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인정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김 지사에게 △2016년 12월 28일 ‘경인선(경공모 하부 조직)은 3대 포털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 △2017년 4월 14일 ‘킹크랩 작업 기사량이 300건을 돌파했으며 24시간 운영합니다’ △2017년 3월~12월 사이 ‘새누리당, 안철수, 이재명 등(에 대한) 댓글 (작업) 내용이 담겨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시그널 메신저로 보냈다.

재판부는 "메시지는 삭제됐지만 시그널 메신저 삭제 기능은 다른 사람이 확인을 해야 작동이 되고, 김씨가 당시 경공모 회원들에게 ‘김경수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라고 보낸 점, 김 지사가 김씨에게 해당 정보보고에 ‘고맙습니다’라고 답장한 대화 캡처본 등을 보면 김 지사는 김씨 일당이 킹크랩으로 댓글 조작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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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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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가 기사 보내면 ‘AAA’ 표시…국정농단~대선에 집중"
김 지사가 김씨에게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보낸 사실과 김씨 일당의 일관된 진술도 김 지사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2016년 11월~2018년 1월 사이 11차례에 걸쳐 기사 링크를 보냈고, 김씨는 ‘처리하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 이를 경공모 채팅방에 올려 ‘AAA’ 표시를 해 시급히 작업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11건의 기사 가운데 9건은 소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1월부터 대선 직전인 2017년 5월초 사이에 집중됐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7건이 전송됐다"며 "이러한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 지사가 일본 대사 자리를 김씨 측에게 제안한 사실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전반에 대해 지배적으로 관여했다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에서 인사추천이 갖는 의미는 김 지사가 김씨에게 지난 대선에 대한 보답과 앞으로도 계속 지지활동을 해주도록 하기 위한 유인이었다"며 "김 지사의 이 같은 행위를 통해 댓글 조작 범행의 전반적인 진행 경과를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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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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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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