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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구도심 살리기?…수십억 예산에도 '등 돌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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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지방 도시들의 오래된 고민거리입니다. 지자체마다 예산을 많이 들여서 환경을 정비하고 있지만, 떠나는 발걸음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나와있는 이곳은 경북 문경시의 '문화의 거리'입니다.

이곳 특산물인 사과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보이고요.

바닥에는 인공수로도 설치해놓았습니다.

이렇게 이곳 거리 외관을 꾸미는 데 40억 넘는 예산이 들었습니다.

거리가 조성된 것은 지난 2013년, 기존 도심이었던 점촌동 일대에 젊은 층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 문경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말에도 젊은 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박은서·석종식 : 굳이 여기 와서 놀고 이러진 않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자주 가는 그런 곳이 없어서…]

상가는 10곳 중 3곳 이상이 비어 있습니다.

[박용철 : 과장을 하면 운영하는 가게들보다 문 닫는 가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체육사라든가 이런 가게들밖에 없으니까…]

거리를 조성한 지자체도 문제를 인정합니다.

[문경시청 관계자 : 거리만 화사하게 됐지, 어차피 드나드는 사람들 자체가 거기서 거기니까…]

일대에 사람이 줄어든 것은 시청과 버스 터미널이 옮겨간 곳에 신도심이 형성되면서부터입니다.

문경시는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국비를 포함해 250억 원을 추가로 들일 계획입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곽한균 : 계속 콘텐트를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한테 제공을 해줘야 하는데…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공실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안동시의 벽화 마을입니다.

곳곳에 게스트하우스와 공방 등 젊은 층을 위한 가게도 있습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문가람/대구 달서구 : 너무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가 맞나' 했는데…]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진 이 집은 지난해까지 공방이었습니다.

1년 정도만 운영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데요.

언덕 위에 홀로 떨어져 있다 보니, 찾아오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민 : 블로그에는 좋은 것만 올려놨으니까 그것만 보고 오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별것 아니다' 이런 게 있다고…]

벽화 마을뿐 아니라 인근 상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안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구도심 번화가입니다.

상권이 가라앉으면서 점포들이 하나 둘 폐업하고 있습니다.

30m 정도 걸어왔는데, 이 거리에만 문을 닫은 가게가 4개입니다.

이곳에서 50년 이상 있었던 한 서점도 지난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손진걸 : 매출은 실제로 10%에서 30% 이렇게 떨어졌는데 임대료는 요지부동으로 움직이질 않으니까…]

안동시에서 해당 지역을 살리겠다며 투입한 예산은 200억.

하지만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안동시청 관계자 : 돈만 계속 퍼붓는다고 답이 없어요. 안 할 수도 없고 이런 사업을…]

일부 지자체들이 젊은 층을 모으겠다며 내놓은 각종 창업 지원 사업들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시가 오래된 상가를 매입해 만든 '청년몰'입니다.

입점한 지 1년 만에 점포 20곳 중 3곳이 폐업했고, 3곳은 휴업 중입니다.

[인근 상인 : 가게 세가 싸서 들어왔는데, 하다 보니까 유지가 돼야지. 돈벌이가 안 되니까 휴업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청년몰 조성에 든 돈은 16억 원.

상가를 둘러싼 광장을 만드는 데 20억 원이 더 들어갈 예정입니다.

[충주시청 관계자 : (경제적) 기반 자체가 너무 떨어져 있는데…수혈을 해도 살아날지 장담을 못 하는 그런 현실이죠.]

정부가 지역 도시들의 구도심을 살리겠다며 해마다 투입하는 예산은 10조 원에 달합니다.

구도심의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겉보기에만, 또 듣기에만 그럴싸한 사업으로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박민규, 이학진,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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