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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업계획서 숨기고 있는 제주 영리병원…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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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받은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가 공개되지 않아 의혹만 커지고 있다.

24일 제주도는 영리병원 반대 단체 등의 외국의료기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공개 요구에 대해 “사업계획서는 사업자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7호에 따라 함부로 행정청이 공개할 수 없는 문서자료”라며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지난해말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자가 공개해도 좋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공개하겠지만 현재 서류 작성 주체 쪽에서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밝힐 권한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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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임성준 기자


현행 행정자치부 정보공개 매뉴얼은 건축설계도면 등이 포함된 자료의 경우 차후에 설비, 경비 등의 지장이 생길 여부 등을 검토하도록 돼 있어 사업자의 동의가 없이는 함부로 행정청이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병원 반대단체 등이 녹지그룹이 의료기관 유사 사업 경험이 없어 국내법인의 우회 투자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녹지그룹이 병원개설에 난항을 겪자 병원시설 인수와 손해배상 문제를 요구했으나 제주도가 비용문제 등으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10월 도 숙의형 공론화 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결과에 대한 회신 공문을 도에 보내 ‘녹지국제병원 인수와 당사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녹지그룹은 2015년 12월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받은 사업계획서를 병원시설 인수 및 손해배상 문제에 대한 요청 근거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외국인 투자 비율 100%로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중국 모 기업을 통해 투자금 전부를 조달하는 등 내국인의 우회 투자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녹지그룹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가 사업계획서를 승인 결정한 후 병원 개설 허가권이 있는 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여부에 대해 지난해 8월 ‘숙의형 공론화 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를 통해 자문하도록 했다.

숙의형 공론화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결정을 했고 도에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뒤집고 지난해 12월 5일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원희룡 지사는 당시 “중앙정부나 국가기관이 (병원시설을) 인수해 비영리병원 또는 관련된 시설로 사용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한 방안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지사는 “이런 방안이 가능했으면 당연히 저희가 불허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비영리로의 전환이나 인수 방안을 발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런 모든 방향은 주체도 없고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운영능력, 구체적인 방안이 없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이것을 인수해 전환할 때 비용이나 소요되는 여러 자원은 저희가 담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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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인수 및 손해배상을 거론한 녹지제주의 공문서. 영리병원 철회 도민운동본부 제공


◆특례조례 위반?

의료 관련 사업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에 준 특례가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조례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례 사전 심사 절차를 정한 제주도 조례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 허가 사전 심사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포함해야 한다. 병원과 의료 관련 유사 사업 경험을 한 곳에만 허가를 내 주도록 했다. 그런데 녹지그룹은 부동산 개발 회사로 의료 관련 유사 사업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조례는 또, 국내 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외국인에게만 허용하는 영리병원이다보니, 내국인이 사실상 주도하면서 이름만 외국인을 끌어 들여 영리병원을 허가받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제주도 조례는 겉으로만 외국인이고 실질적 지배자는 한국인인 ‘검은 머리 외국인’을 잡아내도록 했다”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녹지그룹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정보공개심의 등 절차에 따라 공개 여부 결정”

제주도는 “도의회의 의정활동을 위한 정당한 공익목적의 열람은 이미 허용했고, 실제로 도의원 3명과 자문위원 1명이 이미 사업계획서 원본을 열람했다”며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관련 법률에 따라 대외비 조건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공개 여부를 놓고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차후 행정심판 등 적법한 관련 절차에 따라 공개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면 준법행정 차원에서 이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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