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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왜곡된 공시가격 현실화" vs "과속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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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향후 전망 / 국토부 “고가주택, 서민 집 비해 저평가” / ‘충격요법’ 고가의 단독주택에 집중 / 서울, 20억 넘는 478채 중 455채 차지 / 집중타깃 비싼 집 보유자 저항 우려 / 전문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 있을 듯… 거래세 인하 등 추가적 조치 필요성”

세계일보

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역대 최대로 올리면서 내세운 명분은 ‘형평성’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공시지가 현실화를 “대다수 국민들의 오랜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 중·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일수록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이 떨어지는 불균형이 컸다. 시세가 많이 오른 고가 주택은 서민 거주 공동주택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고가 주택 세금 부담률이 저가 주택보다 낮은 조세 역진성이 발생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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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와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무엇보다 시세가 많이 오른 고가 단독주택이 서민 거주 공동주택에 비해 심하게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울산 남구 아파트(시세 5억8000만원)의 경우 작년 공시가격이 4억2000만원으로 재산세가 90만원이었는데 서울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은 시세가 15억1000만원인데도 공시가격이 3억8000만원, 재산세는 80만원에 불과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김 장관도 “부산 민락동 A아파트 시세는 7억5000만원이고 서울 신사동 B단독주택 시세는 16억5000만원이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은 모두 5억5000만원으로 같은 금액의 재산세를 냈다”면서 공시가격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부동산값이 폭등했던 서울은 이번에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7.75% 상승했다. 전국에서 20억원이 넘는 표준 단독주택 478채 중 455채가 서울 소재 주택이다. 그런데도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서울과 지방의 편차가 큰 현실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대전 문화동의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2억원에 실거래가가 3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67%인 반면 서울 용산 한남동의 실거래가 34억원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13억원에 그쳐 시세반영률이 3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공동주택과 비슷한 수준(68.1%)까지 현실화율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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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시가격은 세금이나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급격한 상승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의견청취 건수가 1599건으로 지난해 899건보다 79.9%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인상의 집중 타깃이 된 고가 단독주택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과속 인상’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고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증가분을 메우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나 다가구주택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재산이 주택밖에 없는 고령자들의 불만을 감안해 70세 이상의 경우 재산세 세부담 특례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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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8길에 있는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의 24일 오후 모습.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지난해 9천130만 원에서 1억8천3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부동산 시장은 4월 말로 예정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공동주택은 단독주택이나 토지보다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현실화율은 크게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가격 상승분은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시세가 오른 아파트들의 공시가격 상승폭이 클 것이라는 말이다.

공시가격 인상 조치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전망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들은 매도 혹은 증여, 임대사업자등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것이고, 매수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당분간 과세 강화와 집값 조정에 대한 위축심리가 부동산시장 움직임을 제한하고 가격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거래세 인하와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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